물 대신 이산화탄소(CO₂)로 사용 가능한 상업용 ‘무수(無水) 세탁기’가 조만간 등장할 전망이다. 안전 관련 규제에 막혀 불가능했던 상용화의 길이 지난 2019년 처음으로 도입된 ‘규제샌드박스’(신기술·신산업 분야에서 규제를 유예해 주는 제도) 덕분에 열렸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0일 2021년도 제6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고 ‘상업용 CO₂ 세탁기’를 포함해 ‘셀프 수소충전소’, ‘과금형 콘센트 활용 V2L 서비스’, ‘공유자전거 활용 광고서비스’ 등 총 15건의 규제특례를 승인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상품은 단연 ‘CO₂ 세탁기’다. 이 제품엔 물이나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액체 상태의 CO₂를 순환시켜 세탁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세탁기 내부에서 기체 상태의 CO₂를 냉각·압축해 액체로 만들고 이를 물 대신 사용해 ‘무수 세탁기’라고도 불린다. 세탁 후 CO₂를 다시 기화시켜 수집해 다음 세탁에 활용할 수 있고, 기존 상업용 세탁기나 기름을 사용하는 드라이클리닝과 달리 폐수와 배기가스가 생기지 않아 친환경 기술로 분류된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행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선 CO₂ 압축·액화를 고압가스 제조행위로 규정해 상하좌우 8m 이격을 두고, 방호벽 설치 및 안전관리자 선임 등 의무를 부과해 사실상 상용화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산업부 규제특례심의위가 무수 세탁기의 친환경성과 해외의 상용화 사례 등을 고려해 LG전자가 제출한 안건의 ‘실증 특례’를 승인해 개발이 가능해졌다. 실증 특례는 신제품 시험 및 검증을 위해 현행법상 금지된 행위를 예외적으로 인정해주는 조치다. 다만, 산업부가 제시한 적정압력 모니터링, 방호벽 설치, 가스누출 검지설비 설치 등의 안전조치를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이다.
LG전자는 무수 세탁기를 개발하고 자체 연구소 내에 설치해 2년간 시험 운영할 계획이다. 향후 안전성이 입증되면 일반 상가 내 세탁소에 설치할 수 있도록 정부에 임시허가를 신청할 방침이다.
정부는 규제샌드박스를 처음 도입한 2019년 39건을 승인한 이래 지난해와 올해 각각 63건과 96건 등 총 198건을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