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은 오랫동안 미지의 ‘거대한 남쪽 땅’이 아메리카 대륙보다 풍요로울 것이라 믿었다. 18세기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은 지도 제작자들의 상상 속에서나 존재했던 남극 대륙을 찾아 남쪽으로 항해를 거듭했지만 얼음으로 꽉 막힌 바다를 발견하곤 “위험을 무릅쓸 만한 가치가 없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쿡의 항해 일지가 출간된 뒤 바다표범, 물개, 고래를 잡아 돈을 벌려는 이들이 남극으로 몰려 들었고,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서구 각국의 탐험대들이 남극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경쟁을 시작했다. 향후 200년 넘게 이어진 남극 쟁탈전의 서막이었다.
1911년 노르웨이 탐험가 로알 아문센과 영국 탐험가 로버트 스콧이 남극점 도달을 두고 숨가쁜 경주를 펼친 뒤 남극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1959년 남극조약이 체결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남극을 둘러싼 영토 분쟁은 오히려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남극대륙’은 ‘남극: 전기(Antarctica: A Biography)’라는 원제처럼 인류가 남극을 발견한 후 지금까지 남극 대륙의 역사를 연대기 순으로 다룬 전기다. 남극과 관련한 세계 각국의 자료를 뒤져 집필한 것으로 남극 탐험을 둘러싼 극적인 이야기를 전하기보다 국가 간 경쟁의 양상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딱딱하고 건조한 집필 방식과 직역한 듯한 우리말 번역 탓에 책장이 쉬 넘어가진 않지만 남극에 관한 역사를 한눈에 조망하기에 적절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