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 조짐 맞지만..."투자화된 부동산 시장서 자가점유율 늘려야"

입력
2021.12.29 17:30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집값 하락 신호로 매물 증가·거래량 감소 지목
"공급 물량 중요하지만 실수요자에게 가게 해야"

문재인 정부 들어 과열된 부동산 시장이 최근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내년 집값 하락' 전망을 내놓고 있는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를 이미 변곡점이 왔다는 신호라고 밝히고 있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거래량의 감소와 매물의 증가를 그 증거로 제시했다. 다만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만으로 가격이 하락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가격 상승 기대감을 제어하기 위해 자가점유율을 올리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연구위원은 29일 출연한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현재 시장의 가격 상승세 둔화가 두드러진다고 봤다. 그는 "12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유효 거래 건수 378건 중 147건(39%)이 가격 하락, 114건(30%)이 상승, 117건(31%)이 보합"이라면서 "전체 거래의 10% 미만이었던 가격 하락 거래 비율이 전체의 40%대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이 중장기 추세의 가격 하락을 예고하고 있다며 그 증거로 '거래량 감소'와 '매물 증가'를 들었다. 거래량의 경우는 "월평균 5,000건 이상 거래된 서울 아파트 실거래 건수가 378건이고, 경기도도 이번 12월에 1,933건이 거래돼 월평균(1만5,000건)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매물 증가 양상도 보인다. 이 연구위원은 "성북구가 석 달 전 2,947건에서 4,663건으로 58% 증가했고, 서대문구와 송파구는 49%"라면서 "저조한 강남구는 9.1%인데 전반적으로는 매물이 증가하는 단계까지 왔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관리 나선 금융당국... "급등 가격 감당할 수요자 없어"



이광수 연구위원은 "한국 부동산 시장은 투자화돼 있는 시장이라, 수요가 감소하는 게 핵심이고 가격 상승 기대감이 떨어지는 게 중요하다"면서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매물이 늘면 하향 안정화가 빠르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보는 수요 감소 요인으로는 ⓘ최근 급등한 가격을 감당할 수요자가 없다는 점과 ②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금리가 오르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가 거론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동산 부문의 금융취약성지수를 역대 최고치인 100으로 밝힌 것은 가계부채가 부동산 시장으로 특히 몰려 쌓여 가고 있다는 뜻이다. 한은과 금융당국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가계부채 관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연구위원은 다만 전세 가격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임대차 3법이 통과되고 임대차 보호가 강화되면서 계약을 연장한 분들이 많은데, 매물은 조금씩 나오면서 전세 가격이 안정화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22년 가을부터는 2년 연장해 4년간 임대한 임차인들이 다시 시장에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에서 대규모 물량 공급을 예고한 것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있지만, 직접적으로 가격을 떨어트리는 요인은 아니라면서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은 중요한데, 공급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서는 공급을 투자 목적으로 사지 못하게 하는 시장을 먼저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자가점유율을 올리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예로는 "3기 신도시 분양을 할 때 의무적으로 입주 조건을 걸자"고 제안했다. 공급 물량이 실수요자에게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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