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윤석열과 국힘 의원 통신조회... 야당 사찰 아닌가

입력
2021.12.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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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국민의힘 국회의원 78명과 윤석열 대선 후보의 통신자료까지 조회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관련 사건을 내사ㆍ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언론인 통신조회와 달리 야당 정치인에 대한 통신조회는 수사의 근거마저 불투명하다. 적법한 절차에 의한 통신조회라 하더라도 근거를 밝히지 않는다면 야당 사찰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대상에 오른 국민의힘 의원은 모두 78명으로 105명 소속 의원의 80% 수준이다.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조수진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는 물론 윤석열 후보와 부인 김건희씨까지 통신조회 대상에 포함됐다고 한다. 윤 후보는 이를 야당 사찰로 규정하고 “대통령이 되면 공수처의 불법행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공수처 통신조회 대상에 윤 후보와 부인까지 등장하는 점을 감안하면 ‘야당 대선후보 사찰’이라는 국민의힘 주장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의 통화 상대방을 파악하기 위해 가입자 정보를 확인하는 통신자료 조회 자체를 사찰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취재기자 및 가족과 야당 정치인을 포함해 200명 이상의 통신자료를 무차별적으로 조회한 공수처의 수사 행태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더구나 공수처는 이성윤 고검장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통화내역까지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가입자 정보를 확인하는 통신자료 조회와 달리 법원의 영장을 받은 적법한 절차라는 설명이지만 언론자유 침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수처는 이번 논란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 검찰이 공수처의 무차별적 통신 자료ㆍ내역 조회에 대한 고발사건 수사에 착수하면서다. 공수처가 사찰 의혹 혐의를 벗으려면 ‘적법한 절차’만 강조하지 말고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통신 관련 수사 업무의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여 과거 검찰의 수사관행에서 탈피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