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규원 검사 작성 '윤중천·박관천 면담 보고서' 허위로 결론

입력
2021.12.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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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허위보고서로 윤갑근·곽상도 명예훼손 판단
허위보고서 보고 받은 법무부 업무방해까지
기자 2명에 보고서 내용 알려준 사실도 확인
이규원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기소 아쉬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이규원 검사가 작성한 면담보고서가 수사 시작 2년 반 만에 허위로 결론 났다. 검찰은 이 검사가 허위 보고서를 언론에 유출하고, 법무부에 보고하면서 윤갑근 전 고검장과 곽상도 전 의원의 명예를 훼손했고, 면담보고서를 토대로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 수사를 권고한 법무부 업무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2019년 불거진 허위 의혹... 2년 반 만에 결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이선혁)는 이규원 검사를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 공무상비밀누설,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28일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검사는 2018년 11월부터 2019년 5월까지 대검찰청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로 김 전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윤중천씨와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을 면담한 뒤, 이들이 실제 말하지 않은 사실을 보고서에 작성하고 이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검찰과거사위)에 보고한 혐의를 받는다.

이규원 검사의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의혹은 진상조사단 조사를 거쳐 2019년 3월과 5월 검찰과거사위에서 김 전 차관 등에게 수사의뢰를 권고하면서 조사내용이 언론과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보도자료에 기재된 당사자들이 허위 사실이라며 강력 반발했기 때문이다.

윤중천씨와 박관천 전 행정관 면담보고서에는 △윤갑근 전 고검장이 윤씨에게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 △김 전 차관 부인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인 최순실씨와 친분이 있다는 의혹 △곽상도 전 의원이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김 전 차관 수사와 관련해 경찰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이 담겨 있었다.

허위 보고서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판단 방해

이규원 검사는 부인했지만, 검찰은 이 검사가 면담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 검사는 허위 보고서 3부를 작성한 뒤 검찰과거사위에 보고하고 진상조사단 기록에도 첨부해, 위원회와 조사단의 최종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이 검사는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검찰과거사위에 수사의뢰가 필요하다고 보고했고, 과거사위는 김 전 차관과 윤 전 고검장, 곽 전 의원에 대한 수사의뢰 또는 수사촉구 권고를 결정했다. 허위 정보로 인해 과거사위가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이 검사는 2019년 1, 2월 방송기자 2명에게 허위 보고서 내용을 출력해 건네거나 알려준 것으로도 드러났다. 검찰은 이 검사가 허위 내용을 보도하도록 해 윤 전 고검장과 김 전 차관 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로 이첩됐다 재이첩된 이규원 사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당초 윤 전 고검장과 곽 전 의원이 이 검사를 명예훼손과 모욕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하던 중 이 검사의 '윤중천 보고서 왜곡·유출 의혹'을 인지했다. 다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신설되면서 검사 범죄를 발견하면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검찰은 지난 3월 17일 이 검사 의혹 중 직권남용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사건을 공수처로 넘겼다.

이 검사 사건을 넘겨 받은 공수처는 지난 5월 '공제3호'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이후 이 검사를 3차례 소환 조사하고, 지난 17일 이 검사에게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재이첩했다. 검찰에 남아 있던 곽 전 의원 명예훼손 사건 등과 함께 처리하는 게 좋다는 공수처 판단 때문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 및 법리 관계, 재이첩 취지 등을 종합해 기소했다"며 "나머지 관련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검사는 검찰의 기소 사실이 알려지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수처와 검찰에 충실히 소명했음에도 이같은 결정이 있었다는 것이 유감스럽고 많이 아쉽다"며 "검찰이 저만 떼어 기소한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라고 밝혔다.

이상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