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은 매우 낮겠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8일 한국지역언론인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되면 국민의힘과의 연정을 검토하겠나"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연립정부 구성'을 뜻하는 연정에 원론적으로 찬성 입장을 표한 것으로, 야당과 정부 운영 권한을 나눌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는 이 후보가 그간 선보인 정치 철학과 결이 다르다. '투사'인 이 후보는 정치에 있어서도 절차와 타협보다 성과와 속도를 강조해왔다. "민생을 위한 입법은 국회에서 날치기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물론 이 후보의 연정 찬성 발언은 의지를 담은 수사에 가깝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국회 의석 과반인 169석을 가진 거대 여당을 뒷배에 두게 된다. 연정이 절실한 과제가 아닌 만큼, 연정을 구체적인 공약으로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언급한 정도"라고 했다.
그럼에도 이 후보의 태도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치적 의미의 '통합'을 13번 언급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이 되기까지는 특정 세력을 대표해 싸우지만, 당선되면 모든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 통합적 역할을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집권하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하겠다면서 "통합 정치, 실용 내각 같은 것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는 '통합을 위한 무원칙한 특별사면'에는 선을 그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여부에 대해 "대사면을 통한 좌우 통합은 고려하지 않는다"며 "'좋은 게 좋은 거지'식의 대사면은 통합을 장기적으로 저해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실용'을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가치·이념적 접근', 본인의 정책을 '실용적 접근'으로 차별화했다. 이 후보는 "정치는 자기 철학과 이념을 실현하는 장이 되면 안 된다. 정치 운동을 하는 사람은 그래도 되지만, 현실 정치를 하는 사람은 철저히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선후보 정강정책 방송연설에서도 '이념보다 실용'에 방점을 찍으면서 민주당의 체질 개선을 약속했다. 그는 "민주당은 고고한 이상이나 이념보다 현실과 실천을 중시하는 실용주의 정당이 돼야 한다"며 "듣기 좋은 거창한 구호보다 실현 가능한 민생 현안을 챙겨야 한다"고 했다. "더 유능하고 더 기민한 국민정당으로 환골탈태해 국민 우선·민생 중심 정당으로 확실하게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 후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피해를 당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 보상에 대해 △사후 지원이 아닌 사전 지원 △찔끔 보상이 아닌 완전 보상 △금융 지원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재정 지원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국민의힘이 손실보상 논의에 비협조적이라며 "국민의 삶은 정치인들이 가지고 놀 만큼 녹록지 않다"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