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이 여경 등 떠밀며 현장 이탈"...'인천 흉기난동' 피해자 측, CCTV 공개 청원

입력
2021.12.27 15:39
"경찰 대처 적절했는지 알고 싶다"
피해자 측, 우발적 아닌 계획 범행 주장
CCTV 증거보전 신청은 법원서 기각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피해자 가족이 사건 당일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해 달라고 촉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5일 '경찰의 안일한 대응으로 한 가정이 파괴된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CCTV 공개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사건 당시 피의자 A(48)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은 40대 여성 B씨의 여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3명의 가족이 중상을 입고 칼에 찔리는 걸 목격하면서 가족 인생이 망가졌는데 경찰을 위해서인지 CCTV 영상을 가족에게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무엇이 두려워 공개하지 않는가"라고 적었다.

그는 "(경찰 현장 이탈로) 10분가량 지혈조차 못하고 방치돼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언니는 두개골 개방 수술을 받았고 최근에는 뇌혈관이 터져 상태가 좋지 않다"며 "50세가 되지 않은 나이인데 1,2세 아이 지능에 몸 절반 이상이 마비됐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청원인은 그러면서 "경찰은 언론을 통해 사과하고 개혁 의지를 보였을 뿐 피해자 가족에게는 형식적 범죄 피해 지원 외에는 사과 한마디 직접 하는 일 없이 알 권리조차 묵살하고 있다"며 "애타는 가족들의 고통을 헤아려 CCTV 영상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피해자 측은 사건 당시 남자경찰이 여자경찰의 등을 떠밀며 현장을 이탈했으며,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경찰 수사 결과와 달리 '계획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얼마 전 (피해자인) 형부가 검찰에서 CCTV 영상 일부를 보고 왔는데, 언니가 칼에 찔리는 것을 목격한 여경이 (빌라 계단을) 내려오면서, 반대로 올라오는 형부와 남경을 향해 (피해 사실을 알리자) 남경이 그대로 뒤돌아서 여경의 등을 밀면서 같이 내려갔다"며 "구호를 위해 현장을 이탈했다는 경찰은 형부와 조카가 사투 끝에 제압한 범인에게 수갑을 채워 데려가면서 탈진한 가족에게 의식을 잃은 언니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청원인은 "사건 당일 범인은 언니 집 현관을 칼로 열려다가 칼이 부러지자 칼을 다시 사갖고 와서 계획적으로 범행했지만 경찰은 우발적 범행으로 몰아 또 다시 가족들을 고통스럽게 했다"며 "경찰이 진정으로 잘못을 인정한다면 CCTV 영상을 감추지 말고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은 사전 동의 100명이 넘어 게시판 관리자가 공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어 비공개됐다. 인터넷 주소(URL)를 직접 입력해야 청원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날 오후 3시 현재 8,6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앞서 피해자 측은 사건 현장인 인천 남동구 빌라 관리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공동 현관문 CCTV 영상 공개를 요청했으나 경찰관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 등으로 거부 당했다. 경찰도 사건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 측이 이에 CCTV 영상을 증거로 보전해 달라고 법원에 요구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앞서 "신청인들(피해가 가족)은 CCTV 영상이 보관기간 만료나 저장공간 부족으로 삭제되거나 폐기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수사기관이 증거로 CCTV 영상의 사본을 보관하고 있다"면서 피해자 가족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CCTV 영상 증거보전 신청을 기각했다.

한편 피해자 가족은 사건 당시 현장 대응을 부실하게 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경찰관 2명을 3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할 예정이다. 인천 논현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이었던 C 전 경위와 D 전 순경은 지난달 15일 흉기난동 당시 범행 제지나 피해자 구호 등 즉각적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해 부적절하게 대응한 사실이 확인돼 해임됐다.

19년차 경찰인 C 전 경위는 당시 빌라 외부에서 피해자 비명을 듣고 사건 현장인 3층으로 올라가다가 계단을 내려오는 D 전 순경을 따라 다시 밖으로 나오는 등 즉각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보 경찰로 현장에 배치된 지 7개월 된 D 전 순경은 피의자가 흉기로 피해자에게 중상을 입히는 상황에서 현장을 벗어났다.

이환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