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전남 여수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홍정운군이 사고로 숨진 지 79일 만에 정부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특성화고등학교 교사와 학생 등은 '땜질 처방'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26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3일 교육부가 발표한 '안전·권익 확보를 위한 직업계고 현장실습 추가 개선방안'에 대해 "최소한의 안전조처도 하지 않았다"며 "기업의 현장실습 기업 선정 기준이 한없이 낮은데 고용부의 감독 기능을 추가한들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가는 기업은 선도기업과 참여기업으로 나뉜다. 선도기업은 노무사가 동행한 현장실사를 거쳐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이 실습을 승인한다. 반면 참여기업은 교사가 실사하고 교사 등으로 구성된 현장실습운영위원회가 선정한다. 홍군이 현장실습을 간 전남 여수 요트업체도 참여기업으로, 영세한 1인 기업이었다. 교육부는 이번 개선안에서 참여기업도 노무사가 반드시 동행한 가운데 현장실사를 거쳐 선정되도록 제도를 수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반쪽짜리' 개선안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참여기업은 선정 절차가 허술하기 때문에 현장실습 대상에서 아예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그동안 현장실습 제도는 '사고 발생 후 제도 강화, 다시 제도 완화 후 사고 발생'의 악순환을 거듭해왔는데, 이번 개선방안은 제도 강화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현장실습으로 발생하는 인건비를 둘러싼 우려도 여전하다. 특성화고 학생은 현장실습을 가면 월 180만 원을 받는다. 지금까진 이 가운데 70%를 해당 기업이, 나머지 30%를 정부가 부담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적잖이 들기 때문에 교육 차원이 아니라 즉시 활용 가능한 인력으로 학생들을 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정부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70%에서 40%로 낮추고, 남은 30%를 시·도교육청이 부담하는 방안을 이번 개선안에 담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는 건 학생들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일종의 신호"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교조는 "정부가 그동안 참여기업 선정 기준을 낮추고 임금을 보전해준 탓에 부적격 기업이 현장실습생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를 더 부채질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24일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과 특성화고권리연합회 등 특성화고 단체들도 "오히려 열악한 기업이 현장실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더 낮췄다"고 비판했다.
이날 전교조는 기존 현장실습을 폐지하고 '전국 동시 취업 기간'을 설정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3학년 2학기 11월까지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전국적으로 12월부터 모든 공채와 취업 활동을 동시에 진행하자는 것이다. 전교조는 "사전교육을 받은 뒤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한다면 학생들이 취업 때문에 학생도 노동자도 아닌 존재로 위험 지대에 놓이는 일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