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치 입문 후 첫 공식석상 등장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자신을 둘러싼 ‘허위경력’ 의혹에 대해 "모든 것이 제 잘못이고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지난 6월 29일 윤 후보의 정치참여 선언 이후 김씨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김씨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작성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검은색 정장차림의 그는 "일과 학업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며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다"며 "부디 용서해달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드린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 2007년 수원여대에 제출한 겸임교수 지원서에 △2004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대상 수상 △2004년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이사 재직 등 경력을 기재했는데, 허위 또는 과장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른 이력서에 적은 뉴욕대 연수 이력, 삼성미술관 기획전시 경력 등도 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윤 후보는 17일 "논란을 야기한 것 자체만으로 제가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여권 공세가 계속되고,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해지자 김씨를 직접 등판시켜 논란을 매듭지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씨는 회견에서 "저 때문에 남편이 비난받는 현실에 가슴이 무너진다"며 "앞으로 남은 선거기간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또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온 남편에 대한 마음만큼은 거두지 말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김건희씨 입장문
날도 추운데 많이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윤석열의 아내 김건희입니다. 두렵고 송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진작에 말씀드려야 했는데 너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약 1년 전만 해도 이렇게 많은 기자님들과 카메라 앞에 대통령 후보 아내라고 저를 소개할 줄은 감히 상상도 못했습니다. 제가 남편을 처음 만난 날 검사라고 하기에 무서운 사람인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늘 같은 옷을 입고 다녀도 자신감에 넘치고 호탕했고 후배들에게 마음껏 베풀 줄 아는 그런 남자였습니다. 몸이 약한 저를 걱정해 밥은 먹었냐 날씨가 추운데 따뜻하게 입어라 늘 전화를 잊지 않았습니다.
그런 남편이 저 때문에 지금 너무 어려운 입장이 되었습니다. 제가 없어져서 남편이 남편답게 평가받을 수만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고 싶습니다. 저는 남편에 비해 한없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남편 윤석열 앞에 제 허물이 너무나도 부끄럽습니다. 결혼 이후 남편이 겪은 모든 고통이 다 제 탓이라고만 생각합니다. 결혼 후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의 직장 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아이를 잃었습니다. 예쁜 아이를 낳으면 업고 출근하겠다던 남편의 간절한 소원도 들어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국민을 향한 남편의 뜻에 제가 얼룩이 될까 늘 조마조마합니다. 일과 학업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습니다.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 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입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 때문에 남편이 비난받는 현실에 너무 가슴이 무너집니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습니다. 많이 부족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거두어 주십시오. 잘못한 저 김건희를 욕하시더라도 그동안 너무나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온 남편에 대한 마음만큼은 거두지 말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