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까지 등장한 이재명·윤석열 '토론 횟수' 공방... 역대 대선은 어땠나

입력
2021.12.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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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토론하면 결국 싸움만" 소극적 태도
이재명 "민주주의·정치 본질 이해 못한 것"

"토론을 하면 결국 싸움밖에 안 난다. 후보 검증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정치의 본질은 이해관계 조정이다. (토론 무용론은) 민주주의와 정치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 간 토론회 횟수를 두고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윤 후보가 25일 유튜브 경제전문채널 '삼프로TV'와 인터뷰에서 토론회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이 발화점이 됐다. ①공격과 방어에만 몰두해 국민들에게 후보의 생각을 제대로 전하기 어렵고 ②국민의힘 경선에서 토론회를 16회 진행했지만 국민들이 눈여겨보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다.

이 후보는 2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정치는) 각자의 주장∙반박을 통해 합리적 결론에 도달해야 하는데, 이러한 기회를 봉쇄하는 것"이라고 윤 후보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고는 독재로 갈 수 있다", "500만 원을 내면 (법정 토론에) 안 나와도 된다. 과태료를 내고 안 나올 수도 있다" 등으로 토론에 소극적인 윤 후보를 비꼬았다.

민주당은 '정치 신인'에다 잦은 발언 논란에 휩싸이는 윤 후보가 약점을 감추기 위해 토론을 회피한다고 본다. 이에 "유권자 앞에서 실시되는 도덕성·정책 검증이 무섭다고 자인한 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법정 토론 3회만 하는 사례 드물어

현행 공직선거법은 '중앙선거방송관리토론위원회 주관 대담∙토론회를 선거운동 기간 중 3회 이상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론기관 주관 행사는 선거일 1년 전부터 가능하고 횟수 제한도 없다. 다만 불참 시 제재도 없다. 내년 2월 15일~3월 3일 사이 선관위 주관 대담∙토론회에 3번만 참석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대담은 후보자 1인, 토론은 2인 이상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윤 후보가 "본인 생각을 이야기한 뒤 시청자∙전문가들이 판단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고 밝힌 것은 대담은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 후보 측은 그러나 토론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역대 대선을 살펴보면 1997년 대선에서는 60회, 2002년 대선에선 86회 진행됐다. 최근 들어 횟수는 줄고 있지만 2007년 대선 47회(법정 3회, 언론사·단체 44회), 2012년 대선 15회(법정 3회, 언론사·단체 12회), 2017년 대선 17회(법정 3회, 언론사·단체 14회)였다. 토론만 떼어놓고 봐도 2017년 대선에서는 6회 진행했다. 다만 사실상 양자 대결이었던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지방 일정 등을 이유로 3회 법정 토론 외 양자토론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민주당은 최근 선관위 주관 대담∙토론회 횟수 하한선을 6, 7회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법정 토론만 참석할 뜻을 밝힌 윤 후보를 강제할 방안은 없다.

코로나 감안 "TV토론 등 검증 기회 많아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7, 1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7.7%가 "알 권리를 위해 토론회는 많을수록 좋다"고 밝혔다. 대면 선거운동이 코로나19로 이전보다 제약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TV토론 등 후보를 검증할 기회가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토론은 후보의 자질∙능력∙품격을 총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며 "선거에 대한 국민 관심도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상품을 구매할 때에도 비교대상이 있어야 좋은지 나쁜지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며 "국민이 검증할 기회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