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비리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동양대 강사휴게실 PC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으면서, 정경심씨의 대법 선고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씨의 딸 입시비리 사건을 맡은 1·2심 재판부는 해당 PC를 유죄 판단의 핵심 근거로 사용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 마성영 김상연 장용범)는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지난 24일 공판에서 동양대 강사 휴게실 PC와 자택 PC, 아들 PC 등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들 PC는 동양대 조교, 조 전 장관 부부 자산관리인이던 김경록씨, 조 전 장관 아들이 각각 검찰에 임의 제출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들 PC를 증거에서 배척한 근거로 '제3자가 피의자 물건을 임의제출한 경우에도, 피의자에게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지난달 대법 전원합의체 판결을 들었다. 사실상 피압수자인 정씨를 이들 PC 수집과 분석과정에 참여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는 취지다.
이들 PC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기 전에 정씨 딸의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불법투자 혐의로 별도 기소된 정씨의 1·2심 재판에서 핵심 증거로 다뤄졌다. 특히 동양대 PC에는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한 '(동양대) 총장 직인' 그림 파일과 상장 양식뿐 아니라, 딸의 아쿠아팰리스호텔 및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 등이 저장돼 있었다. 대학원 입학용으로 보이는 아들의 국·영문 자기소개서도 포함됐다.
정씨 측은 해당 재판에서도 PC들의 수집·분석과정에 정씨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증거능력을 문제 삼았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참여권 보장이 명시된 형사소송법 조항은 영장을 통한 압수물에 대한 것일 뿐 임의 제출로 압수된 증거에 적용되지 않고 △수사기관의 디지털 증거 수집·관리 규정상 임의 제출물 압수의 경우 참여권을 보장하는 규정은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 결국 1·2심에선 정씨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됐다.
하지만 최근 대법 전원합의체 결론을 근거로, 임의 제출된 PC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겠다는 조 전 장관 부부의 1심 재판부 결정이 나오면서, 법조계 일각에선 정씨의 대법 선고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대법원이 PC가 임의 제출됐고 정씨가 분석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점을 들어 증거능력을 배척한다면, 재판 결과가 정씨에게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PC의 증거능력을 두고 양측이 오랜 갈등을 겪어온 만큼 이번 재판부의 결정은 정씨에게 나쁘지 않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PC 이외에도 다른 증거가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대법 판단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자녀의 인턴십 담당자 등 다수의 진술과 검찰이 확보한 영상·통화기록 등을 통해 충분히 유죄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PC가 핵심 증거라고 해도, 재판부가 이것만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