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 골프장 일감 몰아주기' 미래에셋 계열사 약식기소

입력
2021.12.2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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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자산운용 등 2곳, 벌금 3000만원 
중소기업벤처부 고발요청권 행사해 수사

미래에셋그룹 총수 일가가 운영하는 기업을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던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약식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고진원)는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보험 법인 두 곳을 각각 벌금 3,0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정식 재판이 아닌 법원의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형을 내려달라고 청구하는 절차다.

검찰에 따르면, 두 회사는 2015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지분 91.86%를 보유한 미래에셋컨설팅의 골프장과 240억 원 가량을 거래해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몰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두 계열사가 2년간 총수 일가 회사와 거래한 금액은 해당 골프장 매출의 72%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법(23조의 2 제1항 제4호)상 공시대상 기업집단이 특수관계인이나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와 거래할 때 사업능력이나 재무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 조건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검찰은 이 조항을 단독으로 적용해 기소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약식기소 이유에 대해선 "사건 이후 두 회사가 '그룹 계열사 거래 지침'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는 점, 미래에셋컨설팅은 영업 손실로 적극적 이익을 얻지 못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5월 두 계열사에 시정 명령을 내리고 미래에셋자산운용에 과징금 6억400만 원, 미래에셋생명보험에 5억5,600만 원을 의결했다. 다만, 공정위는 경영진이 직접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이 계열사들을 형사고발하진 않기로 했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7월 공정위가 과징금 처분한 업체 10곳 중, 이 계열사 두 곳에 대해선 다른 골프장들이 경쟁 기회를 빼앗겨 피해를 입었다며 고발 요청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지난 8월 검찰에 두 계열사를 고발했다. 의무고발요청제도에 따라 중기부가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는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미래에셋 측은 "공정위에서 고발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건을 중기부가 고발 요청한 것으로, 검찰의 약식명령 청구는 유감"이라며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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