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2월부터 시행을 예고한 ‘청소년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두고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도입을 반대하는 함께하는사교육연합(함사연) 측이 “청소년들에게 사실상 백신 접종을 강제해 자유권과 신체 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조치”라고 주장하자, 당국은 “미접종자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건 사실이나 강제 수준은 아니며 방역을 위한 합리적 조치”라고 반박했다.
앞서 학원·교습소 단체인 함사연은 17일 학원·스터디카페·독서실 등을 방역패스 적용시설에 포함시키고, 만 12~18세 청소년들에게 이를 의무화하는 당국 조치에 반발해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집행정지도 함께 신청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이종환)는 24일 함사연 대표 이모씨·학부모·학생 등 5명이 질병관리청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방역패스 정책이 포함된) 특별방역대책 후속조치처분의 효력을 멈춰 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첫 심문기일을 열었다. 집행정지란 정부기관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을 때 그 효력을 일단 멈추는 조치를 말한다.
함사연 측은 이날 방역패스 제도가 사실상 청소년들의 백신 접종을 강제해 위헌적인 데다, 학원·독서실 이용에 방역패스를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국가는 국민의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자유권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방역패스 적용 대상에) 백화점 등의 다중이용시설은 빠지고, 소아·청소년에게 학교만큼 필수적인 학원을 포함시킨 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 측은 이에 대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맞섰다. “치료약은 아직 없고, 그나마 백신이 방어 체계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내린 합리적 선택”이라며 “상당수 청소년이 이미 백신 접종에 참여하고 있고, 미접종자의 경우 백신 접종을 한 타인의 수고와 위험 부담에 의한 이익을 보고 있는 셈”이라는 것이다. 내년 3월 정상 등교가 가능하려면 학원에서도 강도 높은 방역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당국에선 “백신을 안 맞으면 불편하게 되는 건 맞지만, 맞고 싶지 않을 경우 맞지 않는 것도 허용하기 때문에 직접적 침익은 아니다”라는 주장도 했다. 학부모 측은 이에 “선택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요”라고 반박했다.
공방을 지켜본 재판부는 “당장 신청인들이 2월부터 학원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 생활상의 불편이 초래되고 교육 등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면서 “이러한 특단의 조치가 위헌적이지 않다는 걸 더 소명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백신을 안 맞은 청소년들이 마스크를 잘 착용한 채 학원 등을 이용한 경우, 확산세가 증가할 것인지 등에 대한 자료도 제출해 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 아울러 청소년의 코로나19 치명률·위중증률 자료도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달 말까지 양측이 제출한 자료를 받아본 뒤, 이를 검토해 내달 초쯤 집행정지를 받아들일지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