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머크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도 미국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화이자에 이어 두 번째다. 이른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는 집에서도 간편히 복용할 수 있고 유통ㆍ보관이 쉬워 팬데믹 판도를 바꿀 ‘게임 체임저’로 꼽혀 왔다.
미 식품의약국(FDA)는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18세 이상 성인 환자 치료를 위해 머크의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긴급사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복용 허가 대상은 입원 및 사망을 포함한 중증 질환으로 악화할 위험이 높은 확진자, 기존 코로나19 치료법이 임상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환자 등에 한정된다.
FDA는 코로나19 감염 이후 가능한 빨리, 또는 증상 발현 5일 이내에 복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루 2번 4알씩 5일간 복용하는 방식이다. 단, 연속 복용 기간이 최대 5일을 넘지 않도록 했다. 구입은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아울러 FDA는 18세 미만 청소년과 어린이에는 복용을 금지했다. 뼈와 연골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다. 또 코로나19 확진자와의 접촉 이전ㆍ이후에 감염 예방을 위한 목적으로 복용해서도 안 된다. 동물 대상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태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임신부에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앞서 FDA 자문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승인을 권고했으나, FDA 정식 승인까지는 23일이 더 걸렸다. 통상적으로 자문위 권고 즉시 승인 결정이 나오는 데 비춰 이례적이다. 몰누피라비르 효능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몰누피라비르는 임상시험 초기 분석에서 입원 및 사망 예방 효과가 50% 이상이었지만, FDA에 제출된 최종 보고서에선 효과가 30%로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FDA는 “코로나19 긴급 상황에서 잠재적 이점이 잠재적 위험을 앞선다”고 판단했다.
전날에는 화이자가 개발한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승인을 받았다. 코로나19 알약 치료제로는 처음이다. 12세 이상이면서 중증을 앓을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은 이 약을 사용할 수 있다. 하루 2번 총 5일간 복용하는 방식이다. 화이자는 팍스로비드가 코로나19 고위험군 입원ㆍ사망 확률을 89%까지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미국은 팍스로비드와 몰누피라비르까지 두 종류 치료제를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52억9,000만 달러를 들여 팍스로비드 1,000만 명분을 구매하기로 이미 계약했고, 몰누피라비르도 12억 달러에 170만 명분을 선주문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