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오른 '밥상 물가', 내년 상반기도 '불안'

입력
2021.12.30 04:30
12면
축·수산물과 채소류, 식료품까지 '도미노 인상'
국제 곡물가·유가 상승, 공급망 차질이 원인
내년 상반기까지 고물가 계속…오미크론도 변수

편집자주

2021년에도 코로나19는 경제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코로나에 치인 올 한해 소비 시장의 변화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 봅니다.

김모(35)씨는 요즘 장을 보러 가면 제품을 들었다가 가격표를 보고 내려놓곤 한다. 계란부터 삼겹살, 라면, 우유까지 안 오른 먹거리가 없는 탓이다. 김씨는 "먹고는 살아야 하니 시원하게 결제를 하고 싶어도 예전 가격을 생각하면 손이 가지 않는다"며 "월급은 동결되는데 1년 내내 생활 물가는 오르기만 하니 장보기가 겁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연초 시작된 '밥상 물가' 상승이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올해 서민의 한숨은 더 늘었다. 두부, 콩나물, 파 등을 시작으로 과자와 음료가 오르더니 하반기엔 라면과 치킨 가격까지 뛰었다.

새해에도 생활 물가 전망은 어둡다. 전문가들은 원자재가 상승, 글로벌 물류난 등이 해결되지 않아 내년 상반기까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안 오른 게 없다…연말까지 '줄인상'

올해 밥상 물가는 "30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고 할 정도로 치솟았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계란(30개) 소매가는 전날 기준 6,331원으로 1년 전(5,724원)보다 약 11% 올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여름에 1만 원대로 솟구친 계란값은 가을에 겨우 안정세를 찾았지만 최근 AI 재확산 조짐으로 다시 폭등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로 가정 내 소비가 늘면서 삼겹살(100g) 소매가는 1년 전보다 562원 오른 2,694원, 한우등심(100g)은 2,089원 오른 1만4,217원을 기록했다. 그나마 닭고기(1㎏)만 5,120원으로 전년과 비슷하다.

병해·이상기후 피해를 입은 배추(1포기)는 평년 3,883원에서 4,181원으로, 깐마늘(1㎏)은 지난해 9,752원에서 1만2,740원이 됐다. 수산물 중에선 고등어(1마리)가 지난해보다 505원 올랐다.

식료품 가격은 세밑까지 막바지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물가정보가 조사한 주요 대형마트 이달 4주차 판매가를 보면 불닭볶음면(5개입)은 전주 대비 1,430원, 고추참치(4개입)는 2,200원 올랐다. 설탕, 간장, 식초 등 조미료도 100~200원 인상됐다.


왜 오르기만…결국 코로나19가 문제

밥상 물가는 유가 상승,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 기후 위기로 인한 작황 부진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치솟았다. 특히 국제 밀 가격은 코로나19로 소비량이 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한 데다 북미 등 주요 국가의 기상이변으로 생산량이 급감해 가격이 폭등했다. 이로 인해 라면, 통조림, 빵 등이 줄인상됐다. 농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현실화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우리나라는 수입 곡물 의존도가 높은데, 국제 곡물가는 통상 6개월가량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된다. 여기에 천연가스, 석유, 석탄 가격 급등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대란과 물류난 심화도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내년에도 상승 요인이 산적해 물가 부담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2 경제전망'에서 올해 2.4% 오른 소비자물가가 내년에도 2.2%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연구원은 "국제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 작업량 감소 등 상승 요인이 많아 내년 상반기까지 고물가 행진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을 비롯해 여러 변수에 따라 물가 상승세는 더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로 기상이변 요인으로 물가가 뛰지만 이번엔 공급망 문제에서 온 타격"이라며 "결국 코로나19 확산세가 언제 잡히느냐가 관건인데 이를 예측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식료품 추가 인상도 우려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식료품은 소비자 체감도가 높아 한 번 올리면 또 올리는 게 쉽지 않아도 원가 압박이 계속된다면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올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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