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잠을 잘 잡니다. 걱정과 불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늘 건강 앱의 수면 그래프를 확인합니다. 걱정과 불안이 없기 때문에 그래프의 막대기는 거의 끊김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막대기가 불연속적으로 끊겨 있었습니다. 그 끊어진 잠의 토막 사이에 기억도 안 나는 심상한 꿈들이 들고 났던 것도 같습니다. 그렇지만 별일은 아닙니다. 그런 날도 있으니까요. 아침으로 샐러드를 막 먹기 시작했을 때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마침 그때 핸드폰 화면을 보고 있었는데 거절과 수락 버튼을 헷갈려 거절해버렸습니다. 괜찮습니다. 가끔 그럽니다. 다시 전화하면 됩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당선을 알리는 전화였습니다.
오늘 아침에 샐러드와 따뜻하게 데운 닭고기를 먹을 때까지의 제 삶은 잠의 토막 사이에 들고 나는 꿈들처럼 심상하고, 기억도 안 날 만큼 평범했습니다. 사소한 이벤트조차 없었습니다. 기대해본 일은 잘 안 됐으며 거의 모든 일은 반전없는 결말로 스러지고, 로또는(몇 번 사보지도 않았지만) 5등도 돼 본 적이 없습니다. 애매한 예삿일. 그게 여태껏 살아온 바의 한줄평입니다. 그런데 오늘 제 닭고기가 식어가면서부터는 일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음……이게 무슨 일이지? 당선 소감을 쓰는 지금도 어리둥절합니다. 그냥 저는 인생을 거진 방구석에 틀어박혀 책만 읽으며 보냅니다. 어제도 좋아하는 소설가의 최근작을 읽으며, 아 이런 사람이 작가고 예술가지 나는 안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화가 오지 않는 것에 실망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당선이 되었다 하니 어안이 벙벙합니다. 내가 왜? 어째서?
특별히 감사합니다. 저를 책과 사랑으로 키워주신 어머니, 신춘문예 응모를 권유하신 연출가 정범철 선생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성선희 선생님, 정다운 희곡창작수업 학우님들, 그리고 저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 덕분에 제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어요.
작가가 되는 것보다 작가로 사는 게 더 힘들다고 합니다. 꾸준히 글을 쓰며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한번의 당선보다 더 힘들다는 말이겠지요. 앞으로 어떻게 작가로 살아야 할지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부터는 제 수면 막대기가 끊기는 걸까요? 전화가 오지 않는 동안 사실 한 가지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뭐가 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쓰는 걸 즐기자. 즐기는 사람은 못 이긴다고 했으니까. 앞으로 어떻게 쓰겠다는 각오는 채 마련하지도 못했지만 즐기며 쓰겠습니다. 사실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