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내분과 말실수 논란, 윤석열 리더십의 위기다

입력
2021.12.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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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안팎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선대위 이탈 이후 난맥상이 표면화하고 있으나 위기의 핵심은 윤 후보가 정권교체 깃발만 들고 몸집 키우기에만 급급할 뿐 대안적인 비전과 수권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1일 상임선대위원장에서 물러난 이 대표는 여러 인터뷰에서 선대위 지휘 체계가 무너져 있고, 조직에도 없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호가호위하고 있다는 취지의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윤 후보 측으로선 이 대표가 내부 총질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겠지만 이 대표 말대로 벌써부터 후보의 눈과 귀를 가리는 측근 정치가 활개친다면 정권교체를 한들 무슨 소용인가. 더군다나 리더가 쓴소리 대신 입에 발린 소리만 들으려 할 때 측근 정치 논란이 불거지는 점을 고려하면 윤 후보의 리더십과도 직결돼 있다. 윤 후보가 이 대표의 경고를 흘려들어선 안 되는 이유다.

윤 후보는 또 전날 잇단 말실수로 가뜩이나 어수선한 분위기에 스스로 기름을 부었다. 자유를 누리기 위해선 경제와 교육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는 취지였으나 “극빈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윤 후보의 말 자체는 문제 소지가 다분하다. 진의가 왜곡됐다고 할 게 아니라 가난한 사람을 수동적이고 수혜적 존재로만 보는 게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아울러 대학생 간담회에서 나온 ‘구직 앱’ 발언은 세상 물정이나 시대 변화를 모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도 변명할 여지가 없을 정도다.

이런 내홍이나 말실수가 도드라지는 것은 윤 후보가 그간 ‘정권교체론’ 외에 국민의 삶을 개선시킬 어떤 정책적 비전을 보여준 게 없기 때문이다. 자주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대 명분으로만 제시될 뿐 민생과 관련된 구체성은 결여돼 있다. 원점에서 선거 전략을 다듬고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위기의 본질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