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힘겨루기가 벼랑끝으로 치닫고 있다. 어느 한쪽도 수그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둘의 직접 대화조차 끊긴 상황. "선거에서 손을 떼겠다"던 이 대표는 23일 윤 후보를 공개 비판했고, 윤 후보는 이 대표의 거듭된 쓴소리에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둘의 갈등이 나흘 동안 생중계되고 지지자들까지 둘로 갈라져 싸우는 통에 정권교체라는 공동의 목표는 잊혔다. '0선' 대선후보와 거침없는 당대표 사이의 '정치 실종'이 화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선거대책위원회를 떠난 이 대표는 23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윤 후보와 선대위를 작심 비판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제외한 모든 인사가 총사퇴하는 '선대위 전면 해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극약 처방에도 윤 후보가 선대위 리모델링만 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 대표는 윤 후보에 대한 서운함도 토로했다. "이달 초 울산 합의 이후에 '이준석 대표가 하라면 하고, 안 하면 안 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윤 후보의 약속 파기를 꼬집었다.
윤 후보는 이 대표의 문제 제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윤 후보는 23일 '이 대표가 장제원 의원을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으로 지목했는데 사실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마자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장 의원이 윤핵관인지 여러분이 한 번 물어봐달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언론 공중전을 통해 서로 얼굴을 붉힐 뿐, 대화는 피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선대위 사퇴 전후로 윤 후보와 통화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저도 할 이유가 없고 후보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윤 후보 측도 "윤 후보가 지역 일정 등으로 바빠 연락할 여유가 없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소통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갈등 중재를 위한 소통 채널도 가동되지 않고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달 초 이 대표가 '윤핵관'들의 '당대표 패싱' 문제를 제기하며 잠행 시위를 했을 때는 윤 후보 측이 이 대표를 달래기 위해 물밑에서 노력을 많이 했다"면서 "이번엔 양측 모두 '해도 너무하다'며 서로를 탓하기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둘로 쪼개지고 있다. 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엔 "이준석 대표직 사퇴" "윤석열 후보직 사퇴"를 각각 촉구하는 글이 쇄도했다. "홍준표로 대선후보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대선을 겨우 약 두 달 앞두고 난장판이 벌어졌다.
윤 후보와 이 대표의 정치력 실종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대선후보와 당대표가 공개적으로 서로를 망신 주고 깎아내리는 건 한 번도 못 본 장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 위에선 얼굴을 붉히고 싸워도 물밑에선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가는 게 정치인데, 두 사람 모두 노력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태호 의원도 "정권교체를 원했던 국민들이 짜증을 내고 돌아서고 있다"며 "당과 후보 모두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