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빨래방, 셰어하우스, 파티룸,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오세민 대표가 운영하는 곳들이다. 언뜻 보기엔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업의 나열 같지만, 공통점이 있다. '공간'을 기반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오세민 대표는 2013년 겨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우사단로에서 터를 잡은 뒤 공간 기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오세민 대표의 '우사단 소셜클럽'은 재개발을 앞둔 우사단로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청년 아티스트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최근에는 '회원제 무인 바'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세우며 코로나19발 불황을 헤쳐나가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자신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이태원 우사단로의 우사단 소셜클럽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쇄 자영업자'라는 수업도 하고 있어요.
-'연쇄 자영업자'라는 말이 흥미롭다. 본인도 연쇄 자영업자였나.
저 역시 연쇄 자영업자였습니다. 자꾸 부딪히면서 결국 '관계'를 창출하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사업 아이디어를 갖게 됐어요. 첫 사업은 2013년 강남구 역삼동의 게스트하우스였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외에 다른 기능이 없어 하루하루 예약을 받기에만 급급했던 것이 문제였죠. 사업 공간을 활용해서 어떤 특별한 가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그때부터 하게 됐어요. 우사단로에 와서는 오래된 노래방 부지를 직접 리모델링했고, 그 공간에서 노래방 사업뿐 아니라 그림, 운동, 언어 교환, 요리 등 다양한 모임이나 클래스를 열었어요. 공간을 기반으로 '관계'라는 가치를 만드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우사단 소셜클럽은 어떤 곳인가.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머무를 수 있는 이태원의 사랑방이에요. 처음엔 식당으로 시작했어요. 단순한 식당은 아니고, 요일마다 요리사가 바뀌는 식으로 운영했어요. 학생, 화가, 자영업자들도 하루 동안 요리사가 되어 음식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 거죠. 주말에만 문을 여는 '주말 식당' 콘셉트도 실험해 봤어요. 사람들이 요리사로서 또는 고객으로서 다양한 입장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겁니다. 이후 식당 기능을 넘어서 다양한 목적으로 우사단로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 '우사단 소셜클럽'이라고 이름을 붙이게 됐습니다. 현재는 회원제 무인 바(bar)로 운영하고 있어요.
-'관계'라는 가치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있나.
저 스스로가 인간관계 속에서 배우고 얻은 게 많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수록 배우는 게 많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사업을 운영하면서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과거엔 그저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가 지금은 공간 구성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문제에 봉착했을 때 허심탄회하게 상의할 수 있는 사업 파트너가 된 경우도 있어요. 제가 '관계'에서 얻은 게 많다 보니 다른 사람들도 좋은 관계를 만드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우사단 소셜클럽엔 어떻게 참여하나.
누구든지 온라인으로 회원가입 양식을 작성하고 회비를 지불하면 심사를 통해 가입여부가 결정됩니다. '심사'라는 것이 거창해보이지만, 사실 클럽장과 통화를 통해 클럽의 룰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받는 게 전부에요.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 만큼 서로 지켜야할 것은 지키자는 의미죠.
-홍보는 어떻게 했나.
우사단 소셜클럽은 대부분 모임 장소로 이용돼요. 그래서 자체적으로 '모임 이벤트'를 기획해 열었습니다. '반찬계' '옥상계'가 그 예시예요. '반찬계'는 집밥이 그리운 1인 가구끼리 각자 반찬을 한 가지씩만 가지고 모여 함께 식사하는 자리였어요. '옥상계'는 옥상을 함께 즐기는 모임 이벤트였습니다. 저희 소셜클럽이 한강, 남산이 보이는 위치에 있으니 옥상 풍경을 공유하며 고객들이 즐거운 기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어요. 모임 이벤트에 참여해본 고객들은 이후 재방문율도 높았고, 지인들에게 소개하거나 지인들과의 모임 장소로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엔 '모임'이 어려워졌다. 어떻게 극복했나.
회원들이 서로 대면하지 않아도 공간의 가치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현재는 우사단 소셜클럽을 '회원제 무인 바'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로 지켜야 할 약속을 회원 가입 시 명시하고 공간을 공유하는 시스템이에요. 회원들이 공간을 미리 예약하면 외부음식 또는 바 내의 주류들을 24시간 언제든 즐길 수 있어요. 앞으로는 우리 소셜클럽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전통주 구독 서비스'를 운영해볼 계획이에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사람들이 간지러워하는 부분을 긁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사람들이 간지러워하는 부분이 뭔지, 사람들이 좋아하고 궁금해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고 발굴해 현실로 구현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