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계의 '꼰대' 벗어나기

입력
2021.12.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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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의 대유행은 우리 사회의 산업·교육·경제 등 각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상담 현장에도 마찬가지여서, 그동안 엄격하게 지켜져 오던 대면상담 원칙을 내려놓고 '화상상담'과 '전화상담'으로 급격히 전환되었다. 이전에도 저마다의 사연으로 상담실을 찾는 내담자들이 많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우울과 불안을 일컫는 '코로나 블루',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분노를 일컫는 '코로나 레드',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인한 깊은 좌절과 절망을 일컫는 '코로나 블랙'까지 등장하며,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인한 문제들은 뜻하지 않게 새로운 상담수요를 일으켰다.

언택트 사회로의 빠른 전환은 전문가로 활동하는 상담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는데, 전통적인 대면 원칙을 고수한 상담자는 상담수요의 감소로 위기를 맞이한 반면, 사회적 요구에 빠르게 대처하여 화상상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상담자는 유연하게 적응하여 전문가들 간에도 차이를 보였다. 컴퓨터프로그램을 통한 비대면 화상상담은 대면상담에 비해 몰입도와 체험 측면에서 농도가 약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팬데믹 상황에서는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서나마 상담을 유지하는 것이 기존 내담자에게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또한 상담자와 대면하여 자신의 문제를 토로하는 것에 불편감을 느끼거나 상담센터에 직접 내방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에게는 좀 더 쉽게 상담에 참여하도록 하는 이점이 있다.

지난 16일부터 3일간 코엑스에서는 K-메타버스 엑스포 2021이 개최되었다. '초월'과 '가상'을 뜻하는 'Meta'와 '우주'를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활동이 가능하도록 구현된 3차원의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컴퓨터 기술로 구현된 가상세계에서 실세계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종전의 가상현실(VR)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개념이다. 인간 심리에 관한 심층적 분석에 천착하는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아오면서 '첨단기술'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아왔지만, 지난 2년간 팬데믹을 겪고 보니 비대면 원격상담은 이제 뉴노멀로서, 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인 듯하다.

변화된 언택트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상담 도구와 방법을 개발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음을 절감해온 터이므로, 동료 연구자와 함께 전시장을 찾았다. 상담계의 꼰대로 남느냐, 아니면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MZ세대와 함께 호흡하며 성장하는 전문가가 될 것인가 기로에 서 있음을 통감한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전시장으로 향했다. 입구의 키오스크에서 스마트폰으로 ID를 확인하자 즉시 바코드가 팔찌에 인쇄되어 출력되었다. 팔찌를 손목에 두르고 놀이공원 입장하듯 들어서고 보니, 빼곡하게 들어선 메타버스 체험 부스들… 가상현실이 사람들 사이를 더욱 멀어지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무색하게, 이제 가상현실과 메타버스는 성큼 우리 앞에 와 있는 현실임을 체감했다.

팬데믹 종식 이후에도 언택트 사회의 시대적 요구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첨단 과학기술이 사람 사이를 가깝게 이어주는 '따뜻한 기술'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심리학자,인문·예술계 전문가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융복합학문 연구에 국가와 기업, 그리고 뜻있는 사람들의 관심과 지원이 시급하다.


이정미 서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