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野 선대위 접수... 윤석열의 '일정·메시지·정책' 한 손에 쥐었다

입력
2021.12.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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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내가 끌고 가겠다" 윤 "그렇게 해달라"
尹 비서실 몫 일정도 총괄상황본부에서 조율
정책은 원희룡으로 일원화... 연말 연초 공개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가 끌고 가야 한다."

이준석 대표의 사퇴로 또 한 번 극심한 내홍에 빠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수습을 위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윤석열 대선후보가 선대위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그에게 칼자루를 건네면서다. '여의도 차르'로 불리는 김 총괄선대위원장이 선대위를 완벽하게 접수한 것이다.

그가 당을 운영하거나 선거를 지휘할 때면, 전권을 갖고서 조직 전반을 장악하는 스타일을 구사해왔다. 이번 사태로 그는 당장 윤 후보 직속 비서실이나 핵심 측근들이 조율해온 후보의 일정·동선을 선대위 총괄상황본부와 조율을 거치도록 조정하는 것부터 개편에 나섰다.

'전면 개편' 대신 '의사결정 효율화'

당초 예상과 달리 그의 선대위 개편은 대규모 인적 쇄신보다 의사결정 구조 효율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 대표와 조수진 공보단장이 동반 사퇴한 21일엔 "전면 개편으로 선대위를 슬림화해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게 쉬운 방법"이라고 했지만, 하루 만인 22일 "시기적으로 전면 개편이라는 것은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규모 개편 시 윤 후보 측 반발을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선대위의 고질로 지적된 의사결정 권한을 총괄상황본부에 맡길 것으로 보인다. 그간 선대위 안팎에서 후보의 메시지와 일정, 동선 등이 선대위와의 조율을 생략한 채 후보 비서실과 측근들의 결정으로 이뤄져왔다는 점에서다. 이에 선대위는 최종 의사조정기구인 '일일조정회의'를 설치해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이 주관하도록 했다. 총괄종합지원본부장을 겸하고 있는 권성동 사무총장이 공동 운영한다.

총괄상황본부의 권한 강화는 김 총괄위원장의 입김이 그만큼 커지는 것을 뜻한다. 임 본부장은 김 총괄위원장의 '측근'이다. 김 총괄위원장은 "총괄상황본부가 정무실도 있고, 전략실도 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매일 의논해서 후보의 일정, 메시지를 지금처럼 방관하지 않고 조율하는 형태를 취하면서 선대위가 보다 더 효율적으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공석이 된 공보단장 자리에는 선대위 대변인인 김은혜 의원이 유력하게 거명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시지·정책에서도 입김 강화... '김종인 원톱' 구축

일정 조율과 함께 메시지 발신과 정책 제시에 있어 김 총괄선대위원장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도대체 대장동 몸통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야 하느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장동 의혹 관련자들의 잇단 사망을 지적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몸통'이라는 주장이다.

윤 후보의 정책 행보도 그의 머릿속에서 밑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13일 "정책을 개발해 공약으로 내세우겠다는 부서가 너무 많다"고 지적하며 정책 발표 채널을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으로 단일화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원 본부장으로부터 수시로 정책 관련 보고를 받아왔다. 이번 개편으로 정책 개발과 후보의 메시지까지 선대위가 컨트롤하는 구조가 마련될 전망이다.

당초 김종인·김병준·김한길 중심의 '3김(金) 선대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명실상부한 '김종인 원톱'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그립을 쥐겠다"는 김 총괄위원장에게 "그렇게 좀 해달라"며 화답한 것도 그래서다. 선대위 관계자는 “경제·사회 정책을 발굴하고 있는 김병준 위원장과 인재 영입에 집중하고 있는 김한길 위원장이 각자 역할에 충실하고 있지만, 이 대표 사퇴를 기점으로 무게 추가 김 총괄위원장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박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