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처벌 미보고' 군인 징계… 대법 “조항 잘못 적용”

입력
2021.12.22 15:30
음주운전으로 민간 법원서 벌금 150만원
보고 누락해 정직… 불복 소송 1·2심 패소
대법 “진급 대상자만 규정 적용” 파기환송

육군 부사관이 음주운전 처벌 사실을 상부에 알리지 않았다면 징계를 받아야 할까. 대법원이 이에 대해 “징계가 타당하다”고 판단한 하급심 판결을 파기했다. 상사로 진급해 진급심사 대상자가 아닌 군인에게 관련 규정을 적용한 건 잘못됐다는 취지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육군 제1군단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해 제1군단장이 내린 정직 1개월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부사관 A씨는 2015년 3월 음주운전 혐의로 벌금 150만 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육군 인사관리규정’은 군인이 민간 검찰·법원에서 형사처분을 받을 경우 징계권을 가진 직속 지휘관에게 즉시 보고하도록 했다. 부사관 진급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발령된 ‘부사관 진급지시’에도 “진급선발 대상자 중 현재까지 보고되지 않은 민간기관 처분 사실이 있는 자는 심사 전까지 자진 신고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A씨는 그러나 직속 지휘관에게 처벌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군은 ‘인사관리규정’과 ‘진급지시’를 모두 어겼다며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A씨는 보고 의무를 강제하는 규정은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어긋난다는 등의 이유로 불복 소송을 냈다.

1·2심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형사처분 받은 사실에 대해 보고 의무를 밝히고 있을 뿐 그 내용의 진위를 밝히도록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며 "단순한 사실관계 확인은 헌법에서 말하는 양심의 자유의 보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심도 "이 사건 진급지시는 군 사법기관에서 처벌받은 자와 민간 사법기관에서 처벌을 받은 후 보고하지 않은 자 사이에 발생하는 인사상 불균형을 방지하는 데 취지가 있다"며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재판을 다시 하라고 주문했다. 원심이 ‘인사관리규정’ 위반에 대한 별도 판단 없이, ‘진급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징계가 타당했다고 판결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다. ‘진급지시’는 진급심사 대상자에게만 보고 의무를 부과하는데, A씨는 징계가 이뤄질 당시 진급심사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법원은 “원심은 진급지시 신고 조항의 적용 대상자가 아니라는 A씨 주장에 대한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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