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만 원짜리 에르메스 반려견 밥그릇', '822만 원짜리 구찌 의자', '113만 원짜리 몽클레르 어린이 패딩'.
'누가 살까' 싶은 가격이지만 실제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이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지는 호황에 명품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내년에는 명품 소비의 주체가 '젊은 여성'을 넘어 '남성'과 '어린이', '반려동물', '리빙' 등 생활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온라인 명품 플랫폼 캐치패션은 올해 하반기 구매 정보와 소비자들의 쇼핑 트렌드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2022년 명품 시장을 전망하는 키워드로 △카테고리 확장 △브랜드 협업 △신명품 등을 제시했다.
카테고리 확장은 최근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전통적인 명품 구매자였던 '3040 여성'을 넘어 다양한 대상으로 명품 시장이 넓어지고 있다. 일례로 남성 구매자가 크게 증가했다. 캐치패션에 따르면 올해 전체 명품 구매자 중 남성 비율은 49%에 달했으며,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남성 비중이 여성에 비해 높았다. 젊은 남성이 '큰손'으로 떠오른 셈이다.
키즈 영역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에잇포켓'(가정 내 최소 8명이 한 아이에게 지출을 아끼지 않는 현상)이나 '골드키즈'(귀하게 자란 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이가 귀해지면서 명품 브랜드들이 속속 어린이와 유아용 제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몽클레르 앙팡, 지방시 키즈 등 아동 전문 수입의류 편집숍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이유에서 반려동물용 제품도 '대세'가 되고 있다. 에르메스에서 내놓은 반려견 밥그릇은 153만 원이라는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재고가 없을 지경이며 프라다의 반려견용 우비, 몽클레르 반려견 패딩 등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캐치패션 관계자는 "지난달 키즈 부문 명품 판매량이 전월 대비 100% 상승했다"며 "이밖에 조명과 가구, 접시 등 '리빙' 카테고리의 인기도 식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를 달군 브랜드 간 협업은 큰 폭으로 성장한 리셀 시장에 힘입어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만 해도 '마르지엘라-리복', '나이키-사카이', '질샌더-머켄스탁' 등의 협업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고 '디올-나이키', '발렌시아가-구찌', '베르사체-펜디' 등 명품 브랜드끼리의 컬래버 시도도 꾸준했다.
캐치패션에서 올해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브랜드는 보테가 베네타였다. 여성들에게는 가방과 신발, 액세서리까지 모두 갖춘 명품으로서 인기를 끌었으며, 남성들에게는 시그니처 디자인인 '인트레치아토(꼬임무늬)'가 매력 지점이었다. MZ세대에게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한 '신명품'으로는 피어 오브 갓, 자크뮈스, 르메르, 아워 레가시, 가니 등이 꼽혔다.
이우창 캐치패션 대표는 "명품 소비 시장이 리빙·키즈 등으로 범위가 확장되고 명품 브랜드 간 컬래버레이션 확대, 신명품 브랜드 급부상 등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내년에도 새로운 가치를 찾는 명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