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이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했던 말이다. 10년가량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머릿속에 존재하던 '킹덤'의 좀비들이 세상 빛을 볼 수 있었단다.
지금은 장 감독이 아내 김은희 작가에게 사극 좀비물에 대한 아이디어를 줬던 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진 듯 보인다. 한국의 여러 좀비물과 크리처물이 대중을 만났고 안방극장의 시청자들, 영화관의 관객들은 이러한 작품들에 열광했다.
tvN 드라마 '불가살'은 대중의 뜨거운 사랑 속에 방영되고 있다. 이 작품은 불로불사의 존재 불가살, 식탐이 강해 사람 시체까지 먹는 조마구, 머리를 억눌러 환상을 보게 하는 두억시니 등 다양한 귀물들의 등장으로 시선을 모았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국 가구 기준으로 1회 시청률은 평균 6.3%, 최고 8.0%를 기록했다. 2회 시청률은 평균 5.8%, 최고 6.6%였다. 1, 2회 모두 케이블 및 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티빙 오리지널 '해피니스'는 지난 11일 막을 내렸다. 광인병에 걸린 등장인물들은 좀비처럼 변했다. 공격성을 보여줬고 사람을 물었다. '해피니스'는 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12월 1주 차 화제성 지수에서 지상파, 종편, 케이블을 포함한 전체 드라마 부문 2위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큰 호평을 받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은 넷플릭스 TOP 10 TV(비영어) 부문에서 정상을 기록했다. 이 작품은 사람들이 지옥의 사자들에게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는다. 사자들은 커다란 몸집, 압도적인 힘으로 등장인물들을 떨게 만들었다.
이 외에도 한국의 많은 좀비물과 크리처물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앞서 영화 '부산행'은 1,000만 관객을 동원했고, 넷플릭스 '킹덤'은 K-좀비 열풍을 일으켰다. 생김새도, 싸우는 방식도 다른 다양한 괴물들이 등장한 '스위트홈'은 공개 직후 8개국에서 넷플릭스 랭킹 1위를 차지했다.
많은 K-좀비물과 K-크리처물이 기존의 한국 작품들에서 자주 강조되던 정서를 넣어 국내 시청자들, 관객들을 만족시켰다. 가족애, 한(恨) 등이 보는 이를 웃고 울게 만들었다. 작품들은 사건 자체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인물들이 가진 사연을 자세히 다루고 그들의 감정에 집중했다.
캐릭터와 배경이 외국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경우도 있었다. '불가살'의 제작진은 "한국에 존재했던 귀물들의 등장에 관심을 갖고 봐주시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을 듯하다"고 밝혔다. 크게 주목받았던 '킹덤'은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였다. 섬세한 기술로 구현된 좀비와 크리처의 모습은 배경과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한국다운 요소들을 잔뜩 넣은 K-좀비물, K-크리처물의 꾸준한 등장에 대중은 반가움을 드러내고 있다. 외국인들 역시 이러한 작품들이 가진 신선함에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중이다. 앞으로는 어떤 작품들이 열풍을 이어나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