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카슈끄지 살해 전 부인 휴대폰에 스파이웨어 심었다"

입력
2021.12.22 01:01
美 워싱턴포스트, 휴대폰 분석 의뢰 결과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살해되기 몇 달 전 아랍에미리트(UAE) 정보기관에서 그의 부인 휴대폰에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를 심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카슈끄지의 아내 하난 엘라트르가 소유한 두 대의 휴대폰을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안드로이드 휴대폰 내부에 군용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를 설치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토론토대를 기반으로 활동중인 ‘시티즌 랩’의 빌 마르크작 연구원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페가수스는 이스라엘 정보기술(IT) 보안 업체 NSO그룹이 개발한 스파이웨어(사용자 몰래 컴퓨터에 잠입해 개인정보를 빼가는 소프트웨어)로, 일부 국가에서 정치인과 언론인 등 사찰에 악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제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승무원인 엘라트르는 카슈끄지 살해 몇 달 전인 2018년 4월 21일 두바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UAE 정보 기관에 연행됐다. 당시 휴대폰, 노트북도 압수됐다. 이번 분석 결과, 스파이웨어는 구금 다음 날인 22일 심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마르크작 연구원은 “휴대폰에서 결정적 증거를 찾았고, 안드로이드 휴대폰에 페가수스 설치를 시도한 것을 확인했다”면서도 “스파이웨어가 실제로 이를 감염시키고 정보를 빼갔는지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WP와 가디언 등 전세계 16개 언론사는 국제사면위원회, 프랑스 비영리 단체 ‘포비든 스토리즈’와 함께 스파이웨어 탐사 보도를 진행, 지난 7월 중동 등 일부 국가에서 유명 언론인과 인권 운동가 등에 대한 해킹을 이어왔다고 폭로했다. 사우디 정부는 의혹을 부인한 상태다. WP는 “UAE 정부 기관이 카슈끄지 측근의 휴대폰에 페가수스를 심었다는 증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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