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9일 베이징 주중대사관 고위관계자는 특파원단에 연신 사과의 뜻을 표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중국산 요소수 부족 사태 발생 한 달 만이었다. 경제외교의 첨병 재외공관이 중국의 자원수출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화를 키웠고 애먼 국민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직원 비위나 일탈사건이 아닌 대사관 본연의 업무 실패로 고개를 숙인 건 이례적이다.
중국 해관총서(우리의 관세청)는 10월 11일 “요소, 칼륨비료, 인산비료 등 29종의 비료 품목에 대해 15일부터 수출 검역 관리방식을 변경한다”고 공고했다. 이전과 달리 수출할 때 검사를 거치라는 것이다. 대사관은 기업 제보를 통해 열흘 지난 21일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다.
대사관은 검사 기간(14일)만큼 수출이 지연되는 정도로 판단했다. 중국이 없던 절차를 새로 만들었지만 수출 중단으로 비화할지는 미처 예견하지 못했다. 당시 국내 농업용 비료 수급에 문제가 없던 터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요소의 97%를 중국에 의존하는지도, 그로 인해 차량용 요소수가 된서리를 맞을지도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이 관계자는 “사전에 감지하지 못해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본국 보고가 신속히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0월 29일 로마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하면서도 요소수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해외 자원수급 경보체계를 갖추지 못한 시스템 결함을 탓하기 전에 주중대사관의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뒷북 대응에 나섰다. 마그네슘, 텅스텐, 인산, 황린, 니켈, 코발트 등 20개 핵심 품목을 우선관리대상으로 지정해 추적관찰 수위를 높였다. 대중 의존도가 50%를 넘는 2,000개 품목 가운데 1%에 불과한 규모다. 앞서 한국무역협회는 “중국에 80% 이상 의존하는 수입품이 1,850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자초지종을 가려 책임을 묻는 절차도 시작됐다. 외교 소식통은 “주중대사관 경제라인에 대한 징계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대사관 업무 총책임자인 장하성 대사는 문책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