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1일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이라는 착각'의 저자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윤석열표 공정'에 대한 견제구를 던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슬로건으로 내세운 '공정'의 한계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내세우고 있는 능력주의를 비판하면서다. '이재명표 공정'을 앞세워 내년 대선에서 최대 변수 중 하나인 2030세대 표심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21일 서울 중구 정동 아트센터에서 샌델 교수와 '대한민국의 공정'을 주제로 한 화상 대담에서 "교수님의 책을 여러 차례 반복해 읽을 만큼 팬"이라며 "제가 대한민국 정치에서 고민하는 의제와 일치해 깜짝 놀랐다"고 운을 뗐다.
샌델 교수는 "기득권 계층이 자신들의 성공을 노력의 결과로 믿고 자만심을 갖는 것이 빈부격차 심화의 원인"이라며 "이런 현상을 '공정하다는 착각'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생 가운데 상류층 자녀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현상을 소개하고 "능력주의는 결국 평등보다는 사회 전반의 불평등을 더 가져오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샌델 교수는 한국 드라마를 사례로 능력주의를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SKY캐슬'은 치열한 한국의 입시경쟁을 보여준다"고 했고, "'오징어 게임'은 능력주의의 결함과 체제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 주는 패배감을 잘 나타내 준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이에 "저성장 늪에 빠지면서 청년층은 기회 자체가 적어 경쟁이 전쟁이 되고, 친구는 적이 되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공정성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고, 오로지 '시험 결과만으로 해야지, 왜 소수자나 약자를 배려하느냐'는 생각으로 빠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쟁이 격화하면서 소수자·취약층 할당제를 통째로 폐지하자고 말한다"며 "오직 하나의 기준만으로 각자의 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에서 제기되고 있는 청년 및 여성 할당제 폐지 주장을 비판한 것이다.
이 후보는 능력주의의 해법으로 자신의 제1 공약인 '전환적 공정성장'을 제시했다. 성장을 통해 높은 경쟁률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샌델 교수와의 대담 후 국민참여단과의 토론에서 "기회부족 상태가 계속되면 극우 포퓰리즘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최대 국가적 과제는 기회를 늘려 심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될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대담을 두고 이 후보가 '이재명표 공정'을 앞세워 윤 후보와의 프레임 경쟁을 시작했다는 해석이 많다.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이력 의혹에 따른 윤 후보의 수세적 입장을 활용해 '공정' 이슈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전날 KBS라디오에서 윤 후보와 관련해 "친인척과 가족에 대한 (공정의) 잣대와 다른 사람에 대한 잣대가 너무 다르다"며 "방치된 부정의보다는 선택적 정의가 더 위험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