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시성 시안이 ‘유행성 출혈열’로 초비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더해 악재가 겹쳤다. 시안은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방역 리허설을 치른 곳이기도 하다. 당국은 유언비어를 차단해 민심을 추스르는 한편, 감염병 이중고에 맞서 겨울철 방역수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안의 출혈열 첫 감염사례는 18일 확인됐다. 당국은 “여러 명의 환자가 발생했다”고 공지할 뿐 정확한 감염 규모는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코로나19 감염이 시작돼 57명의 확진자(무증상 포함)가 발생해 주민 1,620만 명이 핵산 검사를 받는 와중에 출혈열까지 덮쳤다. 시안 당국은 21일부터 코로나 2차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진 시안 현지 모습에는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 수백 명이 마치 군대 도열하듯 모여 트럭을 타고 이동하는 장면이 담겼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출혈열로 8,121명이 감염돼 48명이 숨졌다. 2018년 감염 1만1,966명, 사망 97명에 비하면 개선된 수치다. 하지만 시안은 상황이 다르다. 출혈열 환자가 2019년 965명에서 2020년 1,834명으로 90% 폭증했다. 1980년대 10%에 달했던 중국의 출혈열 치사율이 현재는 0.4% 수준이라고 강조하는 전문가들의 조언에도 불구, 지역별로 편차가 크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출혈열의 주 감염원은 등줄쥐다. 초기 증상은 독감과 비슷하다. 시안 질병통제센터는 “쥐에게 물렸거나 쥐가 접촉한 물을 마시거나 배설물의 균이 호흡을 통해 전파된다”며 “사스나 코로나19 같은 사람 간 감염위험은 없기 때문에 크게 긴장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양잔추 우한대 바이러스연구소 교수는 “출혈열은 산시성에서 겨울철에 흔하게 발생한다”면서 “감염대상도 농부나 농업산업 종사자에 국한된다”고 가세했다.
불안심리는 애먼 딸기로 번졌다. 등줄쥐가 주로 딸기밭에 서식하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당국은 딸기 꼭지를 떼지 말고 1, 2분간 물로 헹군 뒤 소금물에 5분가량 담가달라고 당부했다. 딸기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그래도 불안할 경우 깨끗이 씻어내면 된다는 것이다.
하필 시안이 감염병에 이중으로 뚫리면서 중국은 곤혹스런 표정이다. 중국은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앞서 9월 시안에서 13일간 전국체육대회를 열고 방역망을 시험 가동했다. 개막식에 운집한 4만6,000여 명 가운데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가 마스크를 쓰지 않을 정도로 자신감을 보였다. 코로나 확진자가 430명에 육박한 7월 도쿄올림픽과 달리 시안에서는 대회기간 확진자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석 달 지난 시안의 처지는 정반대로 바뀌었다. 20일부터 모든 유치원과 학교 수업을 중단하고 직장인은 48시간 이내 음성증명서를 소지해야 출근할 수 있다. 시안에서 대입시험을 치르고 베이징으로 돌아온 고3 수험생이 18일 양성판정을 받자 수도 베이징도 다시 코로나 확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베이징 당국은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온 지역 주민의 베이징 진입을 엄격히 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