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2년 차에 접어든 올해, 한국 문학의 미래를 책임질 작가 지망생들의 작품에는 고립의 그늘이 짙게 드리웠다. 지난 16일 완료된 2022 한국일보 신춘문예 5개 부문 심사에서는 ‘고립’과 ‘단절’이라는 키워드가 공통적으로 등장했다. 올해 응모자는 총 1,812명으로 2,013명이 지원한 지난해와 비교해 200명 남짓 줄어들었다. 시 부문 682명, 소설 부문 605명, 동시 부문 234명, 동화 부문 213명, 희곡 부문 78명으로 모든 부문에서 투고가 고르게 줄었다.
코로나19라는 충격을 처음 맞닥뜨린 지난해엔 응모작에서 코로나19라는 소재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반면 코로나19가 일상으로 스며든 올해는 만성화된 고립과 우울을 호소하는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동시 부문 심사위원은 “코로나가 더 이상 충격적으로 다가오진 않는 대신 작품의 배경이 주로 집안에 머무는 현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소설 부문 심사위원은 “병원이 무대가 되거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얘기하는 작품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시 부문 심사위원은 “코로나 이전의 고립이 상상이었다면 현재는 선택권이 없는 고립”이라며 “현실의 공간이 달라지니 시의 공간도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소설이나 심지어는 희곡적인 요소를 들여온 시들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지고 종말론적 세계관을 들여온 시들이 많았다”며 “살갗으로 부딪힌 세상보다는 상상에 갇힌 세상이 주요 무대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소설적’이고 ‘희곡적’인 시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또 다른 심사위원은 “길어질 필요가 없는데도 긴 시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현실의 고립은 끝없이 내면으로 침잠하는 독백의 형태로 이어졌다. 소설 부문 한 심사위원은 “인물 사이의 관계성을 모색하기보다는 한 인물의 일생을 길게 들려주는 자기고백적 서사가 많았다”고 말했다. 인간 관계의 안전함을 담보할 수 없는 대신 개, 고양이, 심지어 물고기처럼 비교적 ‘안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존재를 탐구하는 작품이 많아졌다. “여행을 간다거나 실제 몸을 움직여 돌파할 수 있는 요소가 없는 상황이라 SF나 우화적인 상상력에 의존하는 작품이 많아진 것 같다”는 분석도 있었다. 반면 “코로나로 인해 주변의 ‘취약함’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섬세해졌다”는 평도 있었다.
아동문학 부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동화 부문 한 심사위원은 “아동문학은 아이들끼리 관계를 맺으며 이야기가 생겨나는데 그런 작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현실의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했던 만큼 학교가 배경이 된 작품도 줄었다. 대신 부모님의 불화나 조부모의 병과 죽음을 겪는 등 가족 내에서 아이의 불안상황이 극대화되는 작품이 늘었다. 동화 부문 심사위원은 “꿈을 소재로 한 작품이 유난히 많았는데, 현실의 갈등과 좌절이 해결이 어렵다 보니 꿈으로 도망가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화와 동시 공통적으로 “이전 시대의 문법이 아직도 습작생들 사이에 통용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화 부문 심사위원은 “꽃이 의인화되어 말을 건다거나 현실과 전혀 상관없는 얘기가 나오는 등, 흔히 ‘동화는 이럴 것이다’는 일반인들의 통념을 바탕에 둔 작품들이 많았다”고 일침했다. 동시 부문 심사위원도 “어린이와의 구체적인 소통에 대한 고민이 없고 기존의 고답적인 동시 형태를 반복하는 작품들이 많아 아쉬웠다”고 평했다.
희곡 역시 전반적으로 창작의 동력이 떨어졌다는 평이다. 특히 희곡의 경우 코로나19로 연극을 비롯한 공연 현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 희곡 생산력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희곡은 평년에 비해 투고작이 2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희곡 부문 한 심사위원은 “편수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주제와 형식 측면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사회 현안과 접목시키려는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당선작은 내년 1월 1일 자 한국일보 지면에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