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에 뚝 떨어진 기름값…내년 유가 전망은

입력
2021.12.21 20:30

연중 배럴당 80달러대를 뚫고 급상승했던 국내외 기름값은 일단 한풀 꺾인 안정세 속에 새해로 접어들 전망이다. 해외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국제유가가 내림세로 돌아섰고, 국내에선 국제유가 하락세에 유류세 인하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역시 하향 조정된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내년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 초반에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과 함께 "코로나19 확산세가 풀릴 경우, 유가는 더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무려 3.7% 하락한 배럴당 68.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며칠 사이 70달러 초반대에서 횡보했던 국제유가의 이번 급락에 대해 미국 보건당국이 겨울철 코로나19 대유행을 경고하고, 네덜란드의 재봉쇄 돌입 소식 등을 비롯해 오미크론 확산세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켈빈 윙 영국 시장조사업체 CMC마켓 분석가는 “각국이 봉쇄 조치를 서두르면서 잇단 경제 활동 제한 조치가 석유 수요 둔화를 일으킨다는 두려움에 유가가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 18일 전국 봉쇄를 다시 시행한 네덜란드는 일단 다음 달 14일까지 술집과 상점, 영화관, 체육관 등을 폐쇄하기로 했다. 오스트리아는 이날부터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을 받은 여행자에게만 입국을 허용했고, 프랑스도 오미크론 확산세가 커진 영국에서 오는 관광객들의 입국을 차단했다.

이처럼 횡보하던 국제유가가 다시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일단 국제유가가 2~3주 뒤에 반영되는 국내 기름값도 당분간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 12일부터 적용된 유류세 20% 인하 효과가 거의 모든 주유소에 적용되면서, 전국 평균 휘발윳값은 리터(L)당 1,630원대로 떨어졌다. 이는 유류세 인하 직전인 지난달 초 1,800원대 가격에 비해 170원 이상 떨어진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유류세 인하 효과가 대부분 반영된 국내 기름값은 당분간 국제유가 추이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21일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각국 재봉쇄 조치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에 따라 내년 초반 유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업계에선 내년 유가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물어보는 게 낫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내년 국제유가 변동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이날 온라인으로 열린 ‘2021 석유 콘퍼런스’에서 “내년 세계 경제회복에 따라 가격이 소폭 상승, 연평균 가격이 배럴당 72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산유국 감산 등 ‘고유가 시나리오’가 펼쳐질 땐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르고, 이란 원유 수출 재개 등 저유가 시나리오가 적용되면 배럴당 65달러까지도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