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 떼고 애써 분리수거한 투명페트병, 선별장에서 다 섞인다

입력
2021.12.22 10:00
15면
[쓰레기 박사의 쓰레기 이야기] 
<6> 공동 목표 달성 위해 소통·협력해야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 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투명페트병 별도 배출이 작년 말부터 시행 중에 있다. 아파트만 우선 시행하고 있는데 올해 12월 25일 이후부터는 주택가 지역에도 해당이 된다.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여러 혼선이 있다. 페트병 재활용 체계 개선을 위해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①투명페트병 선별 가능한 민간 선별장 늘려야

첫째, 별도 배출된 투명페트병을 한꺼번에 싣고 가는 문제를 빨리 해소해야 한다. 차에 한꺼번에 싣고 가는 것은 재활용품 선별장이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명페트병만 따로 선별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민간 선별장이 환경부 점검 결과 155곳 중 33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따로 실어 봐야 선별장에서 다시 섞이니 수거할 때부터 섞어 버리는 것이다. 라벨 떼고 열심히 씻어서 따로 배출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분통 터질 수밖에 없다. 선별장들이 빨리 시설을 갖추도록 독려 및 지원이 필요하다. 충분한 준비기간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따로 배출되는 투명페트병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강한 규제로 가기 전에 충분한 지원이 먼저 선행될 필요가 있다.

②생수·음료 투명페트병만 분리 배출

둘째, 따로 배출해야 할 투명페트병의 종류를 명확하게 홍보해야 한다. 모든 투명페트병이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생수 및 음료 투명페트병만 해당이 된다. 깨끗하게 세척해서 배출한다는 것을 전제로 간장병이나 식초병까지는 허용이 된다. 식용유, 샴푸, 세제, 올리고당, 꿀, 자동차 첨가제 등을 담은 병은 투명하다 하더라도 플라스틱으로 배출해야 한다. 열심히 세척하더라도 내용물이 미세하게 잔류해서 생수‧음료 페트병 재활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계란 판이나 과일을 담은 투명한 용기도 페트재질이라 해도 플라스틱으로 배출해야 한다. 투명한 페트재질이면 모두 투명페트병에 배출하면 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소비자가 많은데, 정확한 기준을 알려야 한다.


③'보틀 투 보틀' 재활용 활성화해야

셋째, 투명페트병 별도 배출의 목적을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페트병 재활용의 목적은 다시 페트병으로 순환시키는 것이다. 병으로 반복 재활용하는 것을 보틀 투 보틀(Bottle to Bottle) 재활용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생수‧음료병의 보틀 투 보틀 재활용이 '0'이다. 수치스러운 수치다. 재활용 양만 많지, 수준은 낮은 몸집만 큰 어린애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100% 재생원료로 만든 페트병을 내놓고 있는데 우리는 너무 뒤처져 있다. 서둘러야 한다. 투명페트병으로 옷을 만든다는 자랑에 치중하는데, 앞으로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및 재활용의 목적을 정확하게 설정하고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④음료·생수 페트병 보증금제 도입 필요

중‧장기적으로 음료‧생수 페트병 보증금제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독일은 2003년부터 생수‧음료병에 300원의 보증금을 의무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현재 독일의 페트병 재활용률은 98%에 달한다. 유럽연합(EU)에서는 2030년까지 음료 페트병을 90% 이상 재활용하고, 재생원료의 비율을 30% 이상 사용하도록 목표를 정하고 있다. EU 음료업체들은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보증금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먼저 요구하고 있다. 분리배출 방식으로는 재활용률을 90% 이상 높이는 것은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2019년 기준 페트병 재활용률은 81%에 불과하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세상 변화가 빠른데, 우리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앞으로 재활용의 수준도 높여야 하고, 선별‧재활용업체도 함께가야 한다.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소통과 협력을 토대로 시스템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