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주의 체제인 북한이 내년 3월 우리나라 대선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가족 리스크'를 빌미로 삼으면서다. 여야 간 네거티브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이를 조롱거리로 삼아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0일 "대선후보들의 가족 논란을 둘러싼 남조선 여야당 사이의 비난공세가 더욱 격화되고 있다"며 "선거판이 하루 앞도 내다보기 힘든 '쪽대본 막장 대선'이 되고 있다는 푸념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장남, 윤 후보는 배우자 관련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상대방의 의혹으로 자신들의 의혹을 덮으려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우리민족끼리는 "하루가 멀다 하게 서로를 향한 의혹을 제기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더욱 비판 수위를 높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그동안 대선 자체보다 후보 개인에 대한 비난에 집중해 왔다. 북한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가 지난달 이 후보를 '푹 썩은 술', 윤 후보를 '덜 익은 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막 섞은 술'에 빗대며 폄훼한 게 대표적이다. 여야 후보들이 북한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차기 정부 출범 시에도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
북한이 여야 후보들의 가족과 관련한 의혹을 고리로 대남 비방 전선을 넓힘으로써 체제 선전 의도가 보다 뚜렷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불투명한 만큼 차기 집권세력에 대한 기대감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남한의 민주주의 체제보다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가 우월하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비난에는 누가 집권하든 남북관계는 달라질 게 없다는 판단이 반영돼 있다"며 "차라리 북한 체제 우월성을 내세우면서 당분간 내부 결속에 치중하겠다는 방향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