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바꾼 中 펑솨이 “성폭행 당했다고 말한 적 없다”는데...

입력
2021.12.2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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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중국어매체 연합조보와 짧은 인터뷰
"다들 많이 오해하고 있다... 자유롭게 잘 지내"

장가오리 전 중국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던 중국 테니스 선수 펑솨이가 “성폭행 피해를 당한 적이 없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이를 두고 스스로의 입으로 논란을 잠재울 것을 요구한 당국의 압력 때문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펑솨이는 19일 싱가포르 중국어매체 연합조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누군가가 날 성폭행했다고 말하거나 쓴 적이 없다”고 밝혔다. 펑솨이가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지난달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장가오리 전 부총리와 수년에 걸쳐 강압에 의한 성관계를 했다”고 폭로한 이후 처음이다. 폭로 후 30분 만에 펑솨이의 SNS 계정이 폐쇄됐고, 약 2주간 펑솨이의 행방이 묘연해져 그의 신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펑솨이는 이날 인터뷰에서 웨이보에 올린 글에 대해 “개인적인 문제”라며 “다들 많이 오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펑솨이는 자신이 베이징 자택에서 지낸다고 밝힌 뒤 ‘자유롭게 지내냐’는 질문에 “늘 매우 자유롭게 지내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펑솨이 실종설이 제기되자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펑솨이의 영상 통화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서도 펑솨이는 “영상통화는 집에서 했다”라며 “바흐 위원장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펑솨이가 출전한 상하이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대회에서 진행됐으며, 왕년의 중국 농구스타 야오밍과 걸어가다가 요청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에 조율된 인터뷰인지, 즉석에서 이뤄진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합조보는 기사와 함께 인터뷰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펑솨이의 인터뷰에도 성폭행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베이징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악재로 부상한 장가오리 관련 의혹을 펑솨이가 스스로 해소하길 바라는 당국의 직간접적인 요구에 부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은 “펑의 인터뷰는 중국 정부가 그에게 가하는 압력에 대한 우려를 심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펑솨이는 2013년 윔블던, 2014년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복식 우승자로 2014년 복식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선수다.

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