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코로나 대확산’ 베트남 수출길 봉쇄… 썩어가는 과일들

입력
2021.12.20 15:15
"네트워크 오류" 변명, 전염병 확산 방지 목적 
中과일은 베트남산 둔갑해 온라인 시장 장악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자국 내 유입을 막아섰다. 믿었던, 같은 사회주의국가 '큰형', 중국의 돌발 행동에 베트남은 연신 저자세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일 뚜오이쩨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2일 전후 베트남산 농산물의 수출입 경로인 북부 랑손성 3개 검문소의 문을 닫았다. 예고 없는 봉쇄에 랑손성 검문소에는 농산물을 실은 5,000여 대의 트럭이 오도 가도 못 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농산물은 배송 시간 지연으로 썩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트럭 기사들은 화물칸에서 물건을 꺼내 햇볕에 말리는 등 악전고투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중국 통관 당국은 "네트워크 오류 등 일시적인 시스템 문제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베트남 측은 양국 국경 출입국 시스템이 전산화되지 않은 점에 주목, 이번 조치가 사실상 베트남발 바이러스가 자국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지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랑손성 인민위원회는 중국 측에 "베트남 운전기사의 방역 안정성과 이송될 제품소독 계획서를 업데이트하겠다"고 연신 호소하고 있다.



같은 시간, 베트남은 물밀듯이 유입되는 중국산 저가 농산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달 들어 배추ㆍ브로콜리ㆍ포도ㆍ감 등 중국산 농산물 수십 종이 자국산으로 둔갑해 온라인 쇼핑몰을 장악하고 있는 탓이다. 현지의 대표적인 고랭지 농산물 생산 지역인 달랏의 한 판매업자는 "값싼 중국산 과일들이 달랏산으로 포장돼 고가로 인터넷에서 유통되고 있다"며 "시장감시국이 관련 통제 활동을 서둘러 강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베트남은 전날도 1만6,093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 최대 감염지는 수도 하노이시(1,405명)이며, 남부 호찌민시(1,014명)도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베트남 보건당국은 내년 상반기까지 전체 성인들에 대한 백신 접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현재 베트남 전체 인구 9.600여만 명 중 접종이 완료된 인원은 6,190여만 명에 불과하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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