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건강이 최고다"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면서 살아간다. 40대 남녀를 대상으로 한 2018년의 어느 조사에서 건강이 최대 관심사라는 결과도 나왔다. 한 해가 저물어가고 새해가 다가오면 인사와 덕담의 대부분이 건강을 비는 내용이다. 대화에서뿐 아니라 일상 여기저기에 그 단어가 눈에 많이 띄는데, 식품의 광고와 포장문구에도 단연 건강의 강조가 으뜸이다.
물론 서구의 병원과 약국에 가면 건강(health) 문구가 자주 보이지만, 음식의 홍보에는 맛(great taste)의 중점이 앞선다. 특히 서구문화는 몸이 불편한 이들이 숨어 살지 않고 일반인과 동등하게 지내는 분위기인데, 지나친 건강지상주의 발언은 약자에 대한 배려의 부족으로 보일 위험성이 있다. 아울러 서양인에게 한국의 먹거리를 선물로 주거나 한국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할 때, "이 음식이 몸 어디에 좋다"라든지 "무슨 질병을 치료한다"는 이야기는 자칫 상대방을 민망하게 만들 수도 있다.
서양인들의 생활 속 건강지침은 의외로 단순하다. 과일과 야채 먹기, 술과 담배 절제하기, 일주일에 3일 30분씩 운동하기 등이 그것이다. 그들은 주로 육식을 해왔기 때문에 과일과 야채 먹기를 특히 강조하는데, 그 슬로건으로 '하루에 다섯 번(Five a Day)'이 있다. 이것은 하루 다섯 번 과일과 야채를 먹으라는 WHO의 권고에 따른 캠페인으로, 여기서 '한 번'에 해당되는 양은 80g, 즉 사과 한 개 정도의 분량이다. 따라서 아침에 사과 한 개와 주스 한 잔, 점심에 샐러드 작은 한 접시, 간식으로 바나나 한 개, 저녁에 야채 반찬 3큰술 정도를 챙겨 먹으면 매일 다섯 번이 충족되는 방법이다.
'밥이 보약'이라는 전통과 동의보감의 역사로 한국의 음식건강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주변에 홍수처럼 범람하는 건강정보들은 첫째, 어느 음식이 몸에 어떻게 유용한지 둘째, 무슨 질병에는 어떤 식품을 먹어야 하는지 셋째, 연령별·성(性)별로 좋은 음식은 무엇인지 등으로 나뉜다. 사실 모든 음식이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유난히 만병통치 식품이 많다(마늘 등). 특정 식재료의 칭송 다음으로는 '고혈압에 좋은 음식', '염증을 치료하는 식품' 등의 정보가 있고, 성별과 나이에 따라 '중년여성이 섭취할 식료품', '노년 치매예방을 위한 식단'도 있다. 몸에 좋다는 정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몸에 나쁘다는 것들의 지식도 넘쳐나 불안감이 생긴다. 심지어 같은 음식에 대해 정반대의 의견이 공존하기도 하는데, 흔한 예로 커피의 이득 또는 해악 논쟁이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바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임에 틀림없다. 2016년에 발표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2세이고, 죽기 전에 9년 정도 아프다고 한다. 기대수명에서 이 9년을 뺀 나이가 '건강수명'이고, 기대와 건강수명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몸 건강 못지않게 정신 건강을 챙기는 것도 필수인데, 전체 사망률 대비 조울증 환자의 사망률에서 한국이 OECD 국가들 중 최고라는 충격적인 보고가 있다(2021년). 한국인의 일상생활에서 직장인, 주부, 학생 등으로 겪는 스트레스도 크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건강에 왕도는 없다. 몸과 정신의 건강, 마음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셀프케어'가 꼭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