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와 가족들의 이야기가 뉴스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도덕성 검증은 불가피한 일이라지만, 후보들이 꿈꾸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무엇이고 그 구체적인 정책은 무엇인지 치열하게 토의하는 과정이 뒤로 밀리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사실 후보들의 정책 가운데에는 매력적인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며칠 전 윤석열 후보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청년과의 대화에서 잠시 언급된 정도였지만, 만약 후보의 생각이 그동안 같은 용어를 사용해 온 경희대 윤지웅 교수나 서울대 유병준 교수 같은 이들의 정의와 일치한다면 이는 큰 변화입니다. 이들 학자들은 정부의 의사결정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정부 차원에서 통합되어 있는 디지털 데이터에 기반해야 하며, 정부조직은 현재와 같은 거대하고 칸막이화된 형태에서 벗어나 작고 유연하며 목표 지향적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입니다.
여러 정부부처에 각각 산더미 같은 민원서류를 내려고 또 다른 수많은 관공서를 돌아다니게 되는 개인이나, 각 부처별로 자신의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밀쳐내서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없는 기업의 사례는 아주 흔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네이버의 여러 가지 서비스를 쓰면서 각각 따로 데이터를 입력하지 않으며, 문제가 생겼을 때 네이버의 조직도를 뒤져서 담당자를 찾아보지도 않습니다. 정부의 조직화 방식과 운영 원리가 민간부문 대비 한참 낙후되어 있는 셈입니다. 민간부문에서는 플랫폼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이에 맞는 조직 운영 방식들도 고안해내고 있습니다. 애자일 조직, 사내기업(CIC), 탈중앙화자율조직(DAO) 같은 것들입니다. 디지털플랫폼 정부라는 용어에 담긴 세부 계획이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이재명 후보의 디지털 관련 공약은 꽤 구체적입니다. '100개의 유니콘 양성'도 야심 차지만,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이라는 공약은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을 잘 짚어낸 것입니다. 기업들은 인재전쟁 중이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분석 분야에서 시작된 사람 부족 아우성은 개발분야 전체로 이어지더니 이제는 마케팅과 인사와 같은 분야에서도 디지털역량을 가진 사람들을 못 구해서 난리입니다. 청년실업이 문제인 나라의 기괴한 풍경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양질의 실무교육과정이 총동원되어야 할 것이고, 종국에는 교육제도의 큰 변화가 답이 될 것입니다. 이재명 후보도 초·중·고 대학교육의 혁신을 강조했습니다. 다만, 대학교육 현장의 경험으로는, 정부가 그동안 해 온 방식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이 큽니다. 우리 교육부는 그동안 교육의 제목과 규모를 지표로 삼아왔고, 그래서 대규모의 겉핥기 교육이 이루어진 적이 많습니다. 기업은 제대로 배운 인재를 원하며, 그래서 기업과 대학의 거리를 줄이려면 인당 교육투자를 크게 늘릴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설계에 공을 들여야 합니다. 지면의 한계상 더 다루기 어렵지만, 이 후보의 디지털 영토 확장에 관한 공약도 참신합니다.
저도 뉴스를 살피다가 후보의 아내, 아들, 조카, 장모에 관한 자극적인 소식에 매일 낚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10년과 20년 뒤를 좌우하는 것은 이들에 대한 가십보다는 아마도 저출산, 노령화, 기후변화, 디지털전환에 대한 의사결정일 겁니다. 그래서, 재미는 적더라도, 이 이야기들을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