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JTBC 토일드라마 '설강화'의 방송 중지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이 하루도 안 돼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기업들의 광고 중단도 이어지고 있다.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송 2회 만에 종영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드라마 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은 서명자가 빠르게 늘어 20일 23만4,000명(오전 7시 기준)을 넘어섰다. 정부의 답변 기준(20만 명)을 충족했다.
18일 처음 방송된 '설강화'는 독재정권 시절인 1987년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다. 남파 간첩 임수호(정해인 분)와 민주화 운동을 하는 여학생 은영로(블랙핑크 지수 분)의 사랑을 담은 설정이 담겨 있다.
국민청원을 올린 청원인은 "제작진은 전혀 그럴 의도가 없으며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1회가 방영된 현재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은 간첩인 남주인공을 운동권으로 오인해 구해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간첩인 남자 주인공이 안기부에 쫓겨 도망갈 때 배경 음악으로 '솔아 푸르른 솔아'가 나왔다"며 "민주화 운동 당시 사용된 이 노래를 1980년대 안기부 소속 인물을 연기한 사람과 간첩을 연기하는 사람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한 것 자체가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또 "민주화 운동 당시 근거 없이 간첩으로 몰려서 고문을 당하고 사망한 운동권 피해자가 분명히 존재하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저런 내용의 드라마를 만든 것은 분명히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방송사와 제작진은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첫 방송 이후 논란이 확산하자 '설강화' 측은 네이버 TALK 채널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드라마 제작 사실이 알려진 3월에도 '설강화' 제작 중단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해 20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당시 정부는 드라마 제작 단계인 만큼 방송 편성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방송 이후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방송통신심의위의 심의를 거치게 될 거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앞서 3월 중국식 한복, 월병 등을 소품으로 활용해 역사 왜곡 논란을 빚은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도 "폐지해달라"는 청원 글이 이틀 만에 20만 명의 동의를 얻어 결국 2회 방송을 끝으로 폐지됐다.
부담을 느낀 기업들의 광고 협찬 중단도 이어지고 있다. 기능성 차 브랜드 티젠은 19일 공식 SNS를 통해 "직접적인 제작 협찬이 아닌 채널에 편성된 단순 광고 노출을 한 것이었으나 해당 시간대 광고를 중단하도록 조치했다"며 "티젠은 관련 드라마 제작과 일절 관계가 없다"고 자세를 낮췄다.
도자기를 협찬한 도평요 측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어떠한 정치적 색깔도 없는 소규모 운영 회사로, 해당 드라마 대본 혹은 줄거리를 사전에 고지받은 바 없었고, 단순 제품 협찬 건에 응했을 뿐 이로 인한 금전적 이득과 협찬 홍보는 일절 없었다"며 "드라마 관계자에게 기업 로고 삭제를 요청했고 모든 제품은 반환 처리했다. 심려를 끼쳐 드려 사과드린다"고 알렸다.
한스전자 역시 '설강화' 역사 왜곡 논란 관련 항의를 받자 "드라마 내용은 어제 첫 방영 이후 알게 됐다"며 "제작사에 요청해 광고 중단을 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