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먼지·비만 탓에 '성인 천식' 늘고 있다

입력
2021.12.19 21:34

숨이 차는 증상을 호소하는 질환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천식이다. 천식은 기도의 만성 염증으로 인한 호흡곤란, 천명, 가슴 답답함, 발작적인 기침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가장 흔한 만성 기도 질환의 하나다.

이전에는 어린이를 주로 괴롭히는 질환이었지만 최근 들어 천식 환자의 절반 이상이 사춘기 이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연령대가 높아졌다. 안진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성인 천식은 소아 천식보다 치료는 더디고 폐 기능 감소는 빨라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미세 먼지 증가 등으로 늘어나는 천식

국내 19세 이상 성인 중 천식 유병률은 3% 정도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천식은 대개 소아기에 시작해 성인까지 증상이 지속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19세 이상 성인 환자 비율이 66%를 넘어섰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안진 교수는 “성인 천식 환자의 증가는 최근 늘어난 미세 먼지 등 환경오염, 비만, 스트레스 증가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소아 천식은 유전적 영향을 주로 받지만 성인 천식은 흡연, 직업 환경, 동반 질환 등 여러 위험 인자 영향을 함께 받는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소아 천식은 성인이 되면서 대부분 호전되지만 성인 천식의 경우 증상이 길게 지속되고 폐 기능이 빠르게 위축된다. 치료 반응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증상을 조절하고 폐 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

◇숨 내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호흡곤란 생겨

천식이 있으면 숨을 내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천명ㆍ喘鳴)가 많이 생긴다. 가슴 답답함, 기침도 주요 증상이다. 이들 전형적인 증상 중 두 가지 이상을 함께 호소하고 증상 강도가 밤이나 이른 아침에 악화되면 천식일 가능성이 높다.

천식은 폐 기능 검사와 기관지 유발 시험 등으로 진단한다. 성인 천식으로 진단받았다면 환자가 천식 조절 상태에 도달하고 최소한의 약물로 천식 조절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이 치료 목표다.

치료제로는 먹는 약과 흡입제가 쓰인다. 흡입제는 호흡하면서 기관지로 직접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피부에 염증이나 상처가 생기면 연고를 바르는 것처럼 기관지 염증에 약을 직접 뿌려주는 것이다. 직접 약을 뿌리므로 먹는 약보다 효과가 빠르고 좋다. 전신 부작용은 적다.

흡입제는 기도 내 염증을 조절하는 스테로이드제와 기도를 확장하는 베타2항진제가 주로 사용된다. 천식은 만성질환이므로 기관지 염증이 완전히 좋아질 때까지 약을 장기간 사용해야 한다. 꾸준히 관리해 증상이 사라졌다면 전문의와 상의해 약을 줄이며 조절할 수 있다.

흡입제 치료를 해도 코로나19 감염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기에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 안태준 여의도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제1저자)와 이진국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이진국 교수(교신저자) 연구팀은 2019년 1월~2020년 5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다.

기존 천식 치료로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고 급성 악화가 반복되면 생물학적 제제도 많이 활용된다. 가장 먼저 사용된 항 면역글로불린 항체(오말리주맙) 치료제는 혈액 속에 순환하는 알레르기성 면역 항체인 IgE와 결합해 알레르기 작용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폐 기능이 떨어지고 급성 천식 악화가 자주 일어나는 아토피성 천식 환자에게 주로 사용한다.

중증 호산구성 천식에 사용되는 항 인터루킨-5 항체(메폴리주맙, 레슬리주맙)와 아토피 피부염이 동반됐거나 급성 악화가 반복되는 호산구성 천식 치료제인 항 인터루킨-4 항체(듀필루맙) 등도 있다. 이런 약은 조건이 맞는 환자에게만 투약할 수 있다. 다소 비싸지만 치료 효과가 좋아 중증 천식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천식이 있으면 금연해야 한다. 간접 흡연과 대기오염 노출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한다. 다만 찬 공기를 들이마시는 조깅이나 축구, 자전거 타기 등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천식 환자에게 가장 추천하는 운동은 따뜻한 물에서 수영하는 것이다.

안진 교수는 “감기 등 감염에 노출되면 증상이 악화되므로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따뜻한 물을 자주 마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 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