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5개 대학 지원 서류 모두 '허위·과장 경력'… 대체 왜?

입력
2021.12.20 04:30
6면
서류별로 실제 경력과 다른 기재사항 1~6건
겸임교원 지원 땐 '설립 전부터 근무' 오류
"산업체 3년 조건 충족하려 경력 꾸며" 의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를 둘러싸고 '허위 이력 기재'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김씨가 그간 대학 시간강사나 겸임교원에 채용되는 과정에서 제출한 지원 서류 중 확인 가능한 모든 서류에서 실제 경력과 다른 내용이 1건 이상씩 기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일부 대학에 낸 서류에선 지원 자격에 맞추기 위해 경력을 허위 기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도 드러났다.

지원서마다 최소 1개 이상씩 사실관계 오류

1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2001년 이래 강단에 섰던 6개 대학(한림성심대, 서일대, 한국폴리텍대, 수원여대, 안양대, 국민대) 가운데 5개 학교에 제출한 교원 지원 서류를 분석한 결과 서류별로 실제 경력과 다른 기재 사항이 적게는 1건, 많게는 6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폴리텍대는 해당 서류가 이미 폐기돼 오류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김씨는 2001~2004년 강사로 재직했던 한림성심대에 지원하면서 '1995년 미술세계대상전 입상' 경력을 적었지만, 김씨는 이 대회 수상자 명단에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일대 시간강사(2004~2006년 재직)에 지원할 때 김씨는 국민대에서 박사과정을 하며 정부 BK21 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기재했지만, 교육부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밝힌 상태다. 김씨는 2014년 국민대 겸임교원(2014~2016년)에 지원하면서 학력란에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로 적었지만 실제로는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과(EMBA) 경영전문석사’였다.

설립 전부터 근무, '3년 경력' 맞추려다?

특히 김씨가 시간강사가 아닌 겸임교원으로 지원서를 내기 시작했던 수원여대(2007~2008년)의 경우 지원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경력을 꾸민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단순한 기재상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김씨는 이 대학 겸임교원에 지원하면서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팀 기획이사로 '2002년 3월 1일부터 2005년 3월 31일 현재까지' △에이치컬쳐테크놀러지 이사로 '2003년 12월 2일부터 현재(2006년 12월 11일)까지' 근무했다고 기재했다. 하지만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한국게임산업협회는 2004년 4월에, 에이치컬쳐테크놀러지는 2004년 11월 30일에 각각 설립됐다. 김씨가 설립 전부터 이들 기관에 근무했다는 모순이 발생하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김씨가 겸임교원 지원에 필요한 '3년 이상 산업체 경력자' 조건을 맞추려고 경력을 허위 기재했다는 의심이 제기된다. 지원 서류에 기재된 내용대로라면 김씨는 수원여대 지원 당시 한국게임산업협회에 3년 1개월, 에이치컬쳐테크놀러지에 3년간 근무한 경력을 갖춘 셈이다. 지원 시점이던 2006년 말부터 3년을 역산하다보니 해당 기관이 설립되기 전부터 근무했다고 밝히는 오류를 범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선 겸임교원 채용에 산업체 경력 조건이 부과된 것은 오래된 일이라고 말한다. 겸임교원 제도 자체가 산업체 실무 경험을 대학 교육에 접목하려는 취지에서 비롯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중률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1990년대 말 겸임교원 제도가 시작된 이래 교육부에서 '산업체 현장' 경력을 강조해왔다"며 "'원 소속기관 근무 및 유사경력 3년 이상'을 지침으로 내려보냈었다"고 말했다. 고등교육법은 2019년 개정되면서 겸임교원 지원 자격 조건을 '원 소속 기관에 상시적으로 근무하고 근무경력이 3년 이상인 자'로 명시했는데, 이 또한 기존 교육부 지침을 상위법으로 명문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수원여대 역시 '2009년 대학 자체평가 보고서'에 "최근 5년간 신임 전임 교원은 전원이 산업체 경력자로 임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학도 김씨가 겸임교원에 지원하기 이전부터 교육부 지침을 준용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수원여대 관계자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당시 교육부 지침을 따랐을 것으로 보인다"며 "'3년 이상' 등 겸임교원에 해당하는 기본 자격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조 사실인데 부인하면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

김씨는 지원 과정에서 이들 기관의 재직증명서를 제출했지만, 두 곳 모두 김씨를 본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영만 전 게임산업협회 회장은 재직 중인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김씨에 대해) 기억이 잘 나지 않고 만난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고, 당시 사무국장은 본보에 "이미 (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으며 더 이상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에이치컬쳐테크놀러지 대표이사도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개인사업자 등록은 법인 설립 전에 하긴 했지만 그 회사는 2004년 11월 30일 이전엔 존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대학 교원 임용과 관련한 허위 이력 제출은 사문서위조 및 업무방해죄 처벌 대상이지만, 공소시효(7년)는 지난 상태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선 위조가 사실일 경우, 윤 후보 측이 이를 거듭 부인하는 행위가 당선을 목적으로 한 허위사실 공표(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일보는 김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접촉했으나 답이 오지 않았다. 윤 후보 측은 김씨가 당시 게임산업협회 비상근 기획이사로 근무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