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달 초 ‘골든 크로스(지지율 역전)’를 기대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돌발 암초를 만났다. 이 후보 측은 당초 1월 말 설 연휴 전 ‘이재명 우위’ 구도를 만든 뒤 연휴 기간 민심을 끌어모아 승기를 굳히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최대 10%포인트나 차이가 났던 지지율 열세가 최근 오차범위 내로 좁혀지는 등 시나리오는 예상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아들의 불법 도박 및 성매매 의혹이 확산하고, 유례없는 감염병 재확산으로 ‘방역 심판론’이 두드러지면서 지지율 상승 동력이 확 꺾인 조짐이다.
민주당은 이 후보 아들의 도박 의혹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같은 ‘가족 리스크’지만 사안의 파급력은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경력 부풀리기 의혹이 더 크다는 게 당의 판단이다. ①영부인은 공직자에 준하는 지위이고 ②김씨 의혹은 윤 후보의 핵심 가치인 ‘공정ㆍ상식’에 정면 배치되는 결함이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정치인이라도 자녀의 사생활 문제는 “부모도 어찌할 수 없다”는 동정론이 존재한다.
실제 2017년 남경필 당시 경기지사의 장남이 마약 혐의로 구속됐지만,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큰 이슈가 되진 않았다. 지난해 미국 대선 때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차남 헌터 바이든을 둘러싸고 마약 복용, 불륜 등 각종 추문이 불거졌으나 당락을 좌우하진 못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간 이 후보가 ‘형수 욕설’, ‘조카 살인죄 변호’ 등 사생활 비판에 눈물로 사과하는 등 비호감ㆍ비도덕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갖은 애를 썼는데, 아들의 비위로 모든 노력이 물거품 될 위기에 처한 탓이다. 게다가 장남이 온라인 도박사이트에 마사지 업소 방문후기를 남기고, 여성 비하 댓글을 남긴 사실까지 폭로되면서 가뜩이나 이 후보의 취약 지대인 ‘여성 청년’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들 의혹은 내용이 상당히 자극적이라 여론 전파력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의 야심 찬 ‘위드 코로나’ 정책이 45일 만에 실패로 끝나면서, 정치적 후폭풍을 이 후보가 떠안을 가능성도 덩달아 커졌다. 지난해 4월 민주당에 총선 압승을 안겨준 ‘코로나 프리미엄’이 ‘코로나 리스크’로 둔갑한 셈이다. 일례로 7~9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좋게 본 응답자는 한 달 전과 비교해 13%포인트(57%→44%) 줄고, 부정 평가는 15%포인트(32%→47%) 급증했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총선 땐 ‘이게 다 신천지 때문’이라는 여론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정부의 방역 실패를 탓하는 민심이 지배적”이라고 했다.
물론 당 일각에선 코로나19 위기가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없진 않다. 소상공인ㆍ자영업자에 대한 선(先)보상ㆍ후(後)정산, 백신 부작용 국가책임제 등 ‘이재명표 대책’을 계속 부각하다 보면 정부 및 윤 후보와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 후보는 이날 정부가 손실보상과 별개로 소상공인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100만 원의 방역지원금을 겨냥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거듭 각을 세웠다. 그는 20일 소상공인ㆍ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발표한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야당이 지난해 총선처럼 대안 없는 공세에만 집중할 경우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