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방역 책임 ‘뜻밖 리스크’... 골든크로스 급제동 걸린 이재명

입력
2021.12.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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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달 초 ‘골든 크로스(지지율 역전)’를 기대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돌발 암초를 만났다. 이 후보 측은 당초 1월 말 설 연휴 전 ‘이재명 우위’ 구도를 만든 뒤 연휴 기간 민심을 끌어모아 승기를 굳히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최대 10%포인트나 차이가 났던 지지율 열세가 최근 오차범위 내로 좁혀지는 등 시나리오는 예상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아들의 불법 도박 및 성매매 의혹이 확산하고, 유례없는 감염병 재확산으로 ‘방역 심판론’이 두드러지면서 지지율 상승 동력이 확 꺾인 조짐이다.

안 그래도 '이여자' 눈초리 매서운데… 아들 리스크

민주당은 이 후보 아들의 도박 의혹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같은 ‘가족 리스크’지만 사안의 파급력은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경력 부풀리기 의혹이 더 크다는 게 당의 판단이다. ①영부인은 공직자에 준하는 지위이고 ②김씨 의혹은 윤 후보의 핵심 가치인 ‘공정ㆍ상식’에 정면 배치되는 결함이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정치인이라도 자녀의 사생활 문제는 “부모도 어찌할 수 없다”는 동정론이 존재한다.

실제 2017년 남경필 당시 경기지사의 장남이 마약 혐의로 구속됐지만,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큰 이슈가 되진 않았다. 지난해 미국 대선 때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차남 헌터 바이든을 둘러싸고 마약 복용, 불륜 등 각종 추문이 불거졌으나 당락을 좌우하진 못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간 이 후보가 ‘형수 욕설’, ‘조카 살인죄 변호’ 등 사생활 비판에 눈물로 사과하는 등 비호감ㆍ비도덕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갖은 애를 썼는데, 아들의 비위로 모든 노력이 물거품 될 위기에 처한 탓이다. 게다가 장남이 온라인 도박사이트에 마사지 업소 방문후기를 남기고, 여성 비하 댓글을 남긴 사실까지 폭로되면서 가뜩이나 이 후보의 취약 지대인 ‘여성 청년’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들 의혹은 내용이 상당히 자극적이라 여론 전파력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바뀐 코로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의 야심 찬 ‘위드 코로나’ 정책이 45일 만에 실패로 끝나면서, 정치적 후폭풍을 이 후보가 떠안을 가능성도 덩달아 커졌다. 지난해 4월 민주당에 총선 압승을 안겨준 ‘코로나 프리미엄’이 ‘코로나 리스크’로 둔갑한 셈이다. 일례로 7~9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좋게 본 응답자는 한 달 전과 비교해 13%포인트(57%→44%) 줄고, 부정 평가는 15%포인트(32%→47%) 급증했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총선 땐 ‘이게 다 신천지 때문’이라는 여론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정부의 방역 실패를 탓하는 민심이 지배적”이라고 했다.

물론 당 일각에선 코로나19 위기가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없진 않다. 소상공인ㆍ자영업자에 대한 선(先)보상ㆍ후(後)정산, 백신 부작용 국가책임제 등 ‘이재명표 대책’을 계속 부각하다 보면 정부 및 윤 후보와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 후보는 이날 정부가 손실보상과 별개로 소상공인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100만 원의 방역지원금을 겨냥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거듭 각을 세웠다. 그는 20일 소상공인ㆍ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발표한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야당이 지난해 총선처럼 대안 없는 공세에만 집중할 경우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