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2017년 이후 판매된 3세대 실손보험료를 깎는 정부 조치를 끝내야 한다고 금융당국에 요구했다. 실손보험 만성 적자의 원인인 구세대 상품 보험료를 내년에 20% 넘게 올리겠다는 예고와 더불어 실손보험료 인상을 전방위로 추진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실손보험료 부담이 크게 늘 수 있는 만큼 내년도 요금 인상 폭을 막판 고심하고 있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보험업계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실손보험료 '안정화 할인 특약' 종료를 건의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2019년 말 실손보험 상품 중 1·2세대 보험료를 평균 9.8~9.9% 올리고 대신 3세대는 9.9% 내리는 안정화 할인을 도입하기로 했다. 보험업계는 2020년 한 해만 실시하기로 했던 안정화 할인이 올해까지 유지되면서 실손보험 적자 폭을 키우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안정화 할인 시행 전인 2019년 101%였던 3세대 손해율은 지난 9월 말 112%로 뛰었다.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료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12원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1·2세대보다 자기부담비율이 커 보험사 곳간을 헐지 않았던 3세대가 2년 만에 영업을 악화시킨 셈이다. 보험업계가 안정화 할인으로 깎아준 3세대 보험료 총액은 연간 1,300억 원 규모다.
보험업계는 안정화 할인이 사라지면 3세대 보험료는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3세대 가입자 체감으론 10%대 인상이 불가피하다. 인상 대상은 안정화 할인이 일괄 적용된 만큼 모든 3세대 가입자다. 지난해 말 기준 3세대 계약 건수는 단체·공제보험을 제외한 전체 실손보험(3,496만 건)의 20.3%인 709만 건에 달한다.
보험업계가 실손보험료 인상을 제시한 건 3세대에 그치지 않는다. 보험업계는 앞서 내년 1월부터 2세대 보험료를 20% 넘게 올릴 수 있다는 안내문을 가입자에게 발송했다. 내년 4월 보험료가 변동하는 1세대 역시 비슷한 폭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금융위는 내년도 1·2세대 보험료 인상 수준과 3세대 안정화 할인 유지 여부를 이르면 이번 주에 결론 낼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는 보험사가 자체 결정할 사안이나 파급력이 커 금융위 지침에 사실상 좌우된다. 일각에선 1·2세대 보험료를 10.0% 안팎으로 올리고 3세대 안정화 할인은 끝내는 '딜'도 거론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적자가 큰 마당에 한시적 제도인 안정화 할인은 종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년 실손보험료와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