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태풍 강타’ 필리핀서 21명 사망 “10년간 12월 태풍 중 가장 강력”

입력
2021.12.18 16:53
가옥 파괴·침수 피해 속출… 30만명 긴급대피
최대 풍속 270㎞ '슈퍼급'… 베트남 상륙 예고

초강력 태풍 라이가 필리핀을 강타해 20여 명이 숨지고 30만 명이 긴급 대피했다. 기반 시설이 파되괘 연결편이 끊긴 섬들은 고립된 채 긴급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밤 태풍 라이가 필리핀 남부와 중부 지역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건물 파손과 침수가 속출했다. 필리핀 경찰은 이날까지 최소 2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으나, 통신과 전기가 끊긴 곳이 많아 정확한 사상자 수와 피해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태풍 라이는 16일 남부 민다나오 북동부 관광지인 시아가르오섬에 상륙해 이틀간 필리핀 섬들들을 초토화했다. 평균 풍속은 시속 195㎞, 최대 풍속은 270㎞로, 슈퍼급으로 분류됐다. 필리핀 정부 관계자는 주민 30만 명이 집을 떠나 안전 시설로 대피했다고 밝혔다.

최대 피해 지역 중 하나인 디나가트 제도 주(州)에선 현재까지 6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알렌스 바가오 주지사는 “수많은 도시가 고립돼 있다”며 음식, 물, 대피소, 연료, 위생 용품, 의료 용품 지원을 호소했다. 또 “선박 대다수가 파괴돼 항해가 불가능한 탓에 다른 섬들과도 단절됐다”며 “우리는 살아남았지만, 섬 지방이라 물자가 부족해 앞으로도 생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닐로 데브레이 부주지사도 인근 지방 라디오방송에 나와 “다나가트 주의 주택 95%가 지붕이 날아간 상태”라며 “긴급 대피소조차 부서져 현재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홈페이지에는 비바람에 휩쓸려 파편만 남은 집들을 촬영한 사진이 올라와 위급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필리핀 재난당국은 군경과 소방대원 등 1만8,000명을 동원해 피해가 큰 지역에서 인명 구조 및 수색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필리핀 국제적십자연맹(IFRC) 회장인 알베르토 보카네그라는 “지난 10년을 통틀어 12월에 발생한 태풍 중 가장 강력했다”고 전했다.

현재 태풍 라이는 다소 세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남중국해상을 지나고 있다. 19일 오전에는 베트남 중부 해상 밖 280㎞까지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베트남 중부 다낭과 꽝응아이, 빈딘, 푸옌, 카인호아성은 위험 지역의 주민들을 미리 대피시키고 어선 출항 자제를 당부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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