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프리즘] 코로나19 재택 치료? ‘원격 모니터링’이 해법

입력
2021.12.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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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호 가톨릭대 명예교수(노태호바오로내과 원장)

우리나라 국민의 백신 접종률이 80%를 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가 며칠째 하루 7,000명을 넘고 있고 위중증 환자도 연일 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이달 중에 확진자 1만 명, 다음 달에는 2만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할 정도로 증가세가 심각하다. 이 때문에 병원도 난리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치료를 위해 전담 중환자실과 병실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병원의 인적ㆍ물적 자원을 떼어 코로나19 감염 환자에게 제공해야 하기에 심장ㆍ뇌혈관 질환 같은 다른 중증 질환자를 집중 치료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전체 의료 시스템이 휘청거린다’는 일선 의사들의 걱정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위중증 환자를 위해 중환자실과 병실을 따로 남겨둘 수밖에 없으니 웬만한 환자는 가정에서 치료를 해야 한다. 바로 재택 치료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시행 중이지만 의사 눈으로 볼 때 말이 좋아 재택 치료지 그냥 집에서 지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병이 저절로 회복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의료인이 환자 상태를 상세히 살펴보고 돌봐 주지 못해 응급 사태에 대비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환자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도구는 체온계와 산소 포화도 측정기뿐인데 그나마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위험성이 큰 고령인은 이에 익숙하지 않아 상태가 극도로 악화되기 전에 알아챌 방법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이런 상황에 적절하고 충분하게 대처할 수 있는 도구가 마련돼 있다. 바로 ‘원격 모니터링’이다. 환자와 멀리 떨어져 있는 모니터링 센터에서 혈압ㆍ체온ㆍ호흡 수ㆍ산소 포화도 등 환자의 바이털 사인은 물론, 가장 중요한 심전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과 장비가 이미 갖춰져 있다.

국내 병원 내에서는 ‘텔레모니터링’이란 이름으로 원격 모니터링이 이미 시행 중이다. 병원 밖에서는 강원 원주시에서 원격 모니터링을 시험적으로 시행한 뒤 규제만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통신기술 발달로 어느 가정에서도 동일하게 관리할 수 있다. 원격 모니터링을 시행하는 초기 비용은 들겠지만 우리 사회가 감당 못 할 정도는 아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을 한 번 상상해 보라.

환자를 원격 모니터링하다가 경고 신호가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으로 이송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게 한다면 한계에 도달한 중환자실과 의료 자원을 훨씬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부산의 60대 남성이 코로나19 확진 후 재택 치료 대상자로 분류돼 심전도 원격 모니터링이 가능한 웨어러블 심전계를 함께 제공받아 사용하고 있었다. 이 환자에서 보건복지부 과제로 체온ㆍ산소 포화도뿐만 아니라 심전도ㆍ혈당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던 중 고신대병원에서 이상 소견을 조기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해 호전된 일이 있었다.

코로나19 확진자나 위중증 환자가 금세 줄어들 것으로는 보이지 않아 병상은 계속 부족할 것이다. 이로 인해 사회ㆍ경제적으로 얼마나 큰 부담이 될지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위험도가 낮은 환자에게 믿을 만하고 안전한 재택 치료법을 제공해야 한다. 원격 모니터링이 바로 그 해법이고 도입을 더 이상 주저해선 안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