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25)은 피해자의 경찰 신고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석준에게 피해자의 주소 파악 의뢰를 받은 흥신소는 50만 원을 받고 하루 만에 개인정보를 팔아넘겼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7일 이석준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및 살인미수, 살인예비, 감금, 재물손괴 등 7개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기존 살인에서 보복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했다. 보복살인의 최소 형량은 징역 10년 이상으로, 살인보다 형량이 높다.
경찰 관계자는 "이석준이 범행 전 흉기를 미리 구입했고, 범행 방법이나 도구를 검색한 내역이 있어 보복살인이 인정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석준이 헤어진 여자친구 A씨가 경찰에 신고한 것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난 6일 이석준에게 끌려 대구로 내려갔다. 가족과 직접 연락하기 어려웠던 A씨는 친구를 통해 자신의 아버지에게 감금 사실을 전해 달라고 부탁했고, A씨의 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했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A씨의 위치추적 등을 통해 수성못 인근 상가에 있던 두 사람을 발견해 조사했다.
A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이석준과 함께 살면서 수차례 감금과 성폭행을 당했고, 감금 상태에서 대구까지 왔다"고 진술했다. 이석준은 그러나 "감금한 일이 없고 동거 관계"라고 주장했다. 아버지에게 인계돼 서울로 돌아온 A씨는 경찰의 신변보호 조치로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고, 이석준은 귀가 조치됐다. 당시 이석준이 풀려난 이유는 경찰 임의동행과 휴대폰 제출에 순순히 동의한 데다 두 사람 진술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이석준은 범행 전 흥신소를 통해 A씨의 주소를 파악했다. 이석준은 8일 A씨를 만나기 위해 본인이 알고 있던 A씨의 서울 집 주소로 찾아갔다. 하지만 주소가 바뀐 것을 알게 된 이석준은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알게 된 흥신소에 50만 원을 주고 주소 파악을 의뢰했다.
흥신소는 하루 만에 이석준에게 주소를 전달했다. 이석준은 렌터카를 이용해 A씨 집 주변을 배회하다가 빌라로 들어가는 외부 도어록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지난 10일 집으로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집에는 A씨의 어머니와 남동생이 있었다. 남편과 통화 중이던 어머니는 초인종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문을 열면서 화를 당했다. 이석준이 흉기를 휘두르면서 어머니는 숨졌고, 동생은 중태에 빠졌다.
이석준의 의뢰를 받고 개인정보를 넘긴 흥신소 운영자 B씨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전날 구속됐다. 경찰은 B씨가 텔레그램 등을 통해 제3자로부터 A씨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것으로 보고 공범을 추적하고 있다.
이날 오전 7시 45분쯤 서울 송파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낸 이석준은 회식 후드티에 모자, 청바지, 검정색 운동화를 착용하고 취재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요청엔 응하지 않았다.
'유가족에게 할 말이 있느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피해자 분들에게 할 말도 없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정말 죄송하다"며 "평생 사죄하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보복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나' '살인을 계획하고 찾아갔나'라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석준에 대해 사이코패스 검사와 간이시약 등 약물 검사를 진행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A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도 올라왔다. 글쓴이는 '2021년 12월10일에 일어난 잠실 살인 사건의 유가족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번 사건은 살인마 이석준이 며칠 동안 계획하고 준비해 이뤄진 치밀하게 설계된 계획 범죄"라며 "이석준을 사형시키고 다시는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의 무거움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