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는 썼지만 반갑다…돌아온 서울시향 '합창'

입력
2021.12.17 18:05
올해 마지막 정기공연, 16·17일 예술의전당
코로나19로 2년 만에 베토벤 '합창' 대면 공연
마스크 쓴 합창단원 102명·오케스트라 65명

16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송년 음악회 인기곡인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1,000여명의 관객 앞에 울려퍼졌다. 지난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면 '합창' 공연을 찾아볼 수 없었으니 꼬박 2년 만이다. 코로나19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마지막 4악장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합창단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무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올해 마지막 정기공연으로 이날과 17일 양일간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무대에 올렸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공연장 방역 조치가 한층 강화된 가운데 오케스트라 65명(목관·금관 연주자만 제외)은 물론 국립합창단·안양시립합창단 합창단 102명까지도 마스크를 쓴 채 공연을 했다. 소규모 비대면 공연(오케스트라 35명·합창단 24명)을 진행한 게 전부였던 전년도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코로나19 전인 2019년(합창단 124명·오케스트라 85명)보다는 줄어든 규모다.

그럼에도 안전한 대면 공연을 위해 마스크를 피할 수 없었다. 100명이 넘는 합창단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노래해야 하는 어려움을 딛고, 화음을 내는 순간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려는 우리 사회 단면은 보여준 장면으로 남았다. 유일하게 소프라노 캐슬린 킴, 테너 박승주 등 독창자 4명이 마스크를 벗었으나 대신 모두 코로나19 검사 음성 판정을 받고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추진 과정도 쉽지 않았다. 이달 초 오미크론 확산으로 해외입국자 격리가 다시 의무화되면서 지휘봉을 잡기로 했던 오스모 벤스케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공연 일정에 맞춰 입국을 할 수 없게 된 탓이다. 수석부지휘자인 윌슨 응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다행히도 4악장 합창이 중반으로 가면서 '마스크 쓴 합창단'을 바라보는 어색함은 점차 사라지고 음악에 몰입할 수 있었다. 오히려 베토벤이 합창단과 함께 연주되는 '환희의 송가'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평화의 메시지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현실과 얽히면서 더 깊게 와닿는 공연이 됐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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