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 의약품 제조ㆍ유통업체 4곳과 개인 한 명을 제재하기로 했다. 지난해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으로 10만명 가까운 사람이 숨지는 등 미국 내 사회문제로 불거지는 데 따른 조치다. 중국 정부는 즉각 "책임 전가하지 말라"고 반발하면서 미중간 신경전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1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외국의 불법 의약품 유통 조직에 대한 단속을 쉽게 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합성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와 전 단계 화학물질을 미국으로 들여보내는 글로벌 공급망과 그와 관련된 자금 네트워크를 차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명령에 의해 미 재무부는 4개의 중국 불법 진통제 제조업체와 개인 1명에 대한 제재를 가했다.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거래는 전면 금지된다. 제재 명단에 포함된 중국인 추언팟입(68)은 근육증강제로 쓰이는 약물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업자 중 한 명이라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국무부는 중국 우한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추언에 대해 500만 달러(약 59억원)의 현상금도 걸었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는 지난 5년간 2억8,000만 달러(약 3,300억원) 어치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제조하고,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제조에 쓰이는 화학성분을 소포를 이용해 전 세계에 유통한 혐의로 미 사법당국에 의해 2018년 기소됐다. 지난달에는 미 당국이 추언의 자금을 추적해 230만 달러(약 27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압수하기도 했다.
미국의 강경 조치는 최근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으로 인한 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작년에만 9만3,000명 이상이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약물 중독은 특히 가짜 약의 인터넷 유통을 통해 크게 확산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봉쇄 조치가 이어지면서 약물 재활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더욱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잘못된 행동을 단호히 반대한다”며 “중국은 이미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통제하고 있지만, 미국은 영구적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 공안부 물질감정센터와 국가 독극물 실험실을 제재 명단에 올리는 등 자신이 병에 걸린 뒤 남에게 약을 먹이는 건설적이지 못한 잘못을 저질렀다”면서 “미중 마약 금지법 집행 협력만 방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갈등을 전가하기보다는 중국의 노력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