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46일 만에 결국 '4인 제한, 9시 제한'으로 되돌아간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말이 사라진 '집콕 크리스마스'다. 강도 높은 방역조치를 의식한 듯, 정부는 우선 2주간만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 또한 확실치 않다. 현재까지의 확산세를 억누르기엔 2주는 너무 짧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2주 이상 이어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거센 반발을 무마하기엔 손실보상도 명확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거리두기 U턴'에 대해 사과했지만 정부의 대책은 그에 걸맞지 못한 임시방편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6일 사적모임 인원을 줄이고 영업시간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사적모임 인원은 수도권·비수도권 상관없이 '4인'까지다. 식당·카페의 영업시간은 오후 9시로 제한한다. 유흥시설과 실내체육시설 등은 오후 9시까지, 영화관과 학원, PC방 등은 오후 10시까지 영업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18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16일간 시행된다. 시행 한 달이 된 초·중·고등학교의 전면등교도 20일부터 중단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야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위중증 환자 증가를 억제하지 못했고, 병상 확보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국민에게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강화된 방역 조치 기간 확실히 재정비해 상황을 안정화시키고 일상회복 희망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관심사는 이번 조치가 확산세를 누를 수 있느냐, 실패한다면 대체 언제까지 거리두기 조치가 연장되느냐다. 이에 대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병상 확보와 위중증 환자 규모가 통제 가능한 범위 내로 들어오면 거리두기 조치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상 확보, 60대 이상 위증증 환자 발생률, 백신 3차 접종률을 주요한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당장 수도권의 경우 12월 셋째 주 의료 대응 역량 대비 환자 발생 비율이 132.6% 수준이다. 비수도권은 88.1%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2주 전보다 무려 40%포인트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위중증 환자 수는 이날 0시 기준 989명으로 역대 최다다. 수도권의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은 86.4%까지 올랐다. 거리두기 강화 효과가 나타나는 데 최소 1주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데다, 그간 이토록 두껍게 쌓인 확진자, 위중증 환자 수가 해소되는 데만도 의료 대응 여력은 부족하다.
동시에 거리두기 강화 방안 자체도 과감하지 못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내용상 예전 대유행 때와 비슷한 조치인데, 그 당시에도 하향세로 반전시키지 못했다"라며 "지금 상황은 더 나빠졌으니 확산세를 꺾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 대신 중환자 병상 회전율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중환자실 입원 시 증상 발생 후 최대 20일까지만 입원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후에도 입원하면 입원비는 환자 본인 부담으로 돌리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이 방안을 두고 "의료 현장의 반발만 부추길 것"이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3주간 중환자실에 있었다는 건 상태가 많이 안 좋은 환자로 바로 인공호흡기를 떼기 어렵다"며 "일반 병상으로 옮겨도 또 중환자실로 갈 수 있어 입원 기간만 길어지는 악순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중환자는 아무래도 고령자가 많은데, 어떻게 기계처럼 빨리 회복한 뒤 퇴원시키느냐"고 따졌다. 정부가 병상을 제때 확보하지 못한 부담을 의사와 환자에게 돌리고 싸움을 붙이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똑떨어지는 손실보상 방안이 나온 것도 아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강화를 위해 "보상금 하한액을 분기별 1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올리고, 보상 대상도 사적모임 인원 제한 조치까지 확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김기홍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 공동대표는 "무작정 따르라고만 하니 반발이 생기는 것"이라며 "매출 감소분 100%가 아니면 참여하기 힘들다. 손실보상에 대한 어떤 기대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