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 오류 논란을 빚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을 취소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항소하지 않고 법원의 판단을 수용해 해당 문항 모두를 정답 처리키로 했다. 지난달 18일 수능 이후 한 달 가까이 이어졌던 출제 오류 논란이 일단락됐으나, 성적 처리 지연으로 인한 혼란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서울행정법원은 15일 수능 응시자 92명이 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평가원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다. 이 문제에서 주어진 조건에 따라 계산하면 특정 유전자형의 개체수가 음수로 나와 문항 자체가 오류라는 지적이 잇따랐으나 평가원은 조건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정답을 구하는 데 문제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출제자는 수험생들이 논리성·합리성을 갖춘 풀이 방법을 수립해 문제 해결을 시도할 경우 정답을 고를 수 있도록 문제를 구성해야 한다”며 “문제의 오류로 인해 정답을 선택할 수 없게 됐다”고 판단했다. 문제 풀이 과정에서 비과학적 오류가 발생하는데도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정답을 강변한 평가원의 폐쇄적이고 자기 방어적인 판단에 제동을 건 것이다.
특히 평가원이 이의 신청에 대해 평가원 간부들이 활동하는 학회에 자문을 구해 이상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도 부적절한 처사였다. 강태중 원장은 법원 판결이 나온 뒤 대국민 사과를 하고 사퇴했다. 수능 문항 오류는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이런 오류가 재발하지 않도록 출제와 검증, 이의신청 심의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과 대책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로 16일이었던 일반대 수시전형 합격자 발표가 18일로 연기됐다. 정시 모집까지 빠듯한 일정인데 추가적인 혼선이 야기되지 않도록 교육당국의 각별한 관리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