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맛이 더 맛있는 이유

입력
2021.12.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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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1차 가치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를 제공하는 데 있다면 맛의 1차 기능은 감각을 통해 음식의 영양적 가치를 판단하는 데 있다. 과거에 인류는 야생에서 뭔가 먹을 것을 발견하면 그것을 먹을지 말지를 판단할 유일한 수단이 감각을 통해 느껴지는 맛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입과 코는 음식 속의 영양분을 파악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혀의 미각 수용체는 고작 5종뿐이고 그것으로 느낄 수 있는 성분은 2~10% 정도고, 코의 후각수용체는 400종이지만 그것으로 느끼는 성분은 0.1%도 안 되는 양이다. 그래서 소량의 맛이나 향을 추가하여 입과 코를 잠시 속이는 게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몸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입과 코는 맛을 처음 정찰하는 수준이지 최종 판단은 아니다. 혀에 단맛이나 감칠맛이 느껴지면 조만간 그것에 비례해서 몸속으로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이 들어올 것이라고 예측하여 미리 소화액 등을 준비하는 수단인 것이다. 그리고 음식이 들어오면 탄수화물은 포도당, 단백질은 아미노산, 지방은 지방산으로 분해하여 흡수하면서 그 양까지 평가한다. 맛의 제대로 된 평가가 그때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혀로는 맛있는 성분(영양)이 많은 것으로 판단했는데, 실제로는 제로 칼로리의 제품이면 어떻게 될까? 뇌는 기만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시는 속지 않으려 노력한다. 뇌에 저장된 맛의 판단모형을 정정하고 조정하는 것이다. 그 음식을 먹었을 때 느꼈던 차이를 회상하고, 그 패턴의 음식을 점점 더 잘 구분하고 회피하도록 조정을 하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혀와 코로 느껴지는 맛이나 향기 성분만 따지면 갖은 양념과 조미를 한 고기가 육회나 생등심보다 훨씬 맛있어야 한다. 하지만 고기를 먹어본 경험이 쌓이면 판단이 달라진다. 혀로 느끼는 맛은 적어도 실제 소화 잘되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에 평가가 점점 좋아지도록 평가모형을 수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겉에 드러난 것은 별로 없어도 먹고 난 뒤에 문득 깊은 만족감을 주는 음식을 점점 사랑하게 한다. 아는 사람만 아는 맛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ㆍ식품공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