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냐 보전이냐...보문산 관광 사업 놓고 대전시-환경단체 갈등

입력
2021.12.15 14:51
48.5m 목조전망대·복합공간 조성 등 사업 계획 발표
환경단체 "환경훼손 불가피...사업 중단하라"
대전시 "실시계획 과정서 의견 더 수렴할 것"

대전 구도심의 대표적 시민 휴식 공간인 보문한 관광 활성화 사업을 놓고 대전시와 환경단체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대전시가 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자, 환경단체는 환경이 훼손될 게 뻔하다고 반발하며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15일 대전시에 따르면 중구 대사동 보문산을 대전 관광 대표 명소로 조성하는 '보문산 여행 인프라 확충사업' 기본 계획을 마련했다.

이 사업은 1,523억원을 투입해 보문산 목조전망대 조성을 시작으로, 오는 2025년까지 오월드 시설 현대화, 전망대 진입로 조성, 대사지구 편의시설 확충, 제2뿌리공원 조성, 이사동 전통 의례관 건립 등을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시는 지역 랜드마크가 될 목조전망대 건립 사업을 우선 추진한다. 공모를 통해 지하공간의 거대한 뿌리에서 지상 나뭇가지로 연결된 플라타너스 나무들과 조화를 이루고, 친환경 미래도시를 형상화한 '빅트리'로 조성하는 내용의 밑그림도 마련한 상태다. 연면적 1,226㎡ 규모에 전망동과 복합문화동 등 2개동을 건립하는데, 전망동의 최고 높이는 48.5m에 달한다. 전망데크와 갤러리카페, 스카이워크, 이벤트 공간 등도 갖춰진다.

대전시가 이런 내용을 담은 기본계획안을 확정하자 지역 환경단체는 환경훼손 최소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민관공동위원회의 의결 사항을 무시했다며 반발했다. 2019년 민관공동위가 11번의 회의와 숙의과정을 거쳐 '고층형 타워를 건립하지 말고, 현재 전망대인 보운대 규모로 건립하자'고 합의한 것을 깼다는 것이다. 실제 민관광동위에선 서울 남산타워와 같은 고층 타워는 보문산에 설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시는 하지만 여러 높이에서 드론 촬영 등의 조사 과정을 거친 결과 50m 높이의 전망대 건립은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 지난 8월 설계공모를 진행했다. 당시 환경단체가 설계공모 높이 50m, 시설물 위주 관광활성화 계획 철회 등을 촉구했지만 사실상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대전시가 사업을 계속 밀어붙이자 대전충남녹색연합·대전충남생명의숲·대전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시가 일방적으로 50m 높이 목조전망대를 건립하고, 산림과 야생동물 서식지를 훼손하는 모노레일을 연결수단으로 추진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재차 사업 철회를 촉구했다.

환경단체는 그러면서 "보문산은 1965년 공원 지정 뒤 도시민을 위한 휴식과 치유 공간이 돼 왔고, 대전시 깃대종인 천연기념물 제328호 하늘다람쥐와 삵이 서식하는 등 보전가치가 높은 도시 숲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시는 일방 행정을 중단하고, 탄소중립 로드맵에 맞는 정책을 마련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단체들은 오는 16일 오후 보문산 보운대에서 '보문산 개발 중단 촉구'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전시는 이런 여론을 의식, 사업을 계속 추진하되 일부 계획 변경 가능성은 열어놓는 분위기다. 안용호 관광마케팅과장은 "목조전망대와 광장 건립 사업은 주변 환경을 훼손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향후 실시설계 과정에서 높이 등이 조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노레일 등 연결수단과 관련해선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향후 의견을 수립하고, 용역을 통해 결정,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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